한국처럼 한 세대에서 경제 수준과 소비문화가 이렇게 급격히 변한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초등시절에 전기소등 훈련하고, 대도시에서도 가뭄이 들면 급수차가 올 때를 기다리고, 세숫물을 모아 세탁하고 했었는데 어느 시점에선가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고 음식점마다 먹다 남은 음식으로 넘쳐나게 되었다.

그만큼 잘살게 된 이유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에 따른 올바른 소비문화에 대한 훈련이 부족했다고 여겨진다.

예전에는 초등교육에서, 혹은 정부차원에서의 다소 강압적인 제재들 때문에라도 몸에 배인 절약정신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소비문화와 절약정신, 그것이 지구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한 홍보수준이 아니라 권유 차원으로 시행하고 유치원에서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시키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하루도 소비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활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소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과소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나타내기도 한다.

현대인은 광고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 소비패턴을 가지고 있다. 현대인은 광고를 통해 상품에 대한 정보만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면 어떤 식의 소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까지 전달받고 이것을 알게 모르게 주입받는다.

따라서 현대인의 소비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제품을 구매하는 주체적 소비가 아니라, 광고가 은연중 강요하는 이미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맹목적으로 소비를 하는 비주체적 소비의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우리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물건을 구매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의해 물건을 구매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우리가 삶의 주체가 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주체적 소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체적 소비는 말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비자 자신이 주체가 되는 소비 생활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광고가 주입하는 가치들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는 식의 광고가 주입하는 가치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없는 한 우리는 광고에 끌려 다니고 명품에 현혹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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