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여성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속물로만 보는 과거 사회의 시선이 아직도 남아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부당하게 퇴출당하는 이유를 꼽아보면 대개 여성을 피부양자, 생계보조자로 보는 사회 시선이 많다.

2,30년 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여성을 이렇게 부당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이혼한 여성을 마치 행실이 바르지 않은 사람처럼 바라보는 시선도 그러한 것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차별적 시선은 우리 사회의 절반을 구성하는 여자의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고 그 능력을 제한하기도 한다.

지난 10일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페미니즘으로 다시 쓴 인권선언’ 기자회견이 있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시민단체 8곳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페미니즘으로 쓰는 인권선언 추진단’은 “우리는 모두 존엄한 사람이다. 누가 더 많이 차별받고 있는지 경쟁하기보다 차별적 구조를 바꾸기 위해 싸우자”고 말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회는 성차별과 성폭력에 반대하는 입법을 하고 있지 않다”며 “국회의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페미니즘으로 다시 쓴 인권선언’을 발표한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페미니즘으로 다시 쓴 인권선언’은 1948년 유엔이 발표한 ‘세계인권선언’을 페미니즘적 시각을 더해 재구성한 것이다. 이들은 “유엔이 공포한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이라는 시대적 한계가 있으며, 보편성은 남성으로 대표되고 왜곡됐다”면서 “인권선언의 보편성은 소수자들의 운동, 특히 페미니즘으로 풍부해졌다.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이 펼치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다른 세상을 향한 실천과 열망을 담고자 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이들이 다시 쓴 인권선언에는 제3조 ‘몸에 대한 권리’ 등에 “여성의 몸은 출산의 도구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포함해 ‘낙태죄 폐지’에 힘을 실었다. 또 5조 ‘사생활의 권리’에서는 “모든 사람은 사이버 성폭력(비동의 촬영물, 불법촬영 등)을 비롯한 성폭력 범죄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남자와 여자는 대등한 존재이다. 인간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을 통해서 종을 이어가고, 문화, 역사 어느 한쪽이 없이는 지속되거나 발전하기 어렵다. 따라서 여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한 명의 인간으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동시에 여성의 지위에 대한 법적 보완도 성적 평등이 완전히 실현되는 그날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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