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다가오는 2019년은 돼지띠라고 한다. 올해 2018년이 개띠해니까 개띠에서 돼지띠해로 바뀌는 것이다. 둘을 합하여 개돼지라고 하면 그리 좋은 어감은 아니지만 조금 익숙한 단어이다. 개와 돼지의 관계를 한번 생각해 보았다.

개와 돼지는 12지에서 마지막으로 온다. 이때문인지 개돼지는 하찮은 존재라는 단어가 된다. 개나 돼지를 각자 언급하면 좋든 나쁘든 고유의 의미가 있지만, 붙여 말하면 좋은 의미는 없고 나쁜 뜻으로만 들린다. 이런 의미로 개돼지란 말이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개와 돼지의 위상이 동일하지 않다. 개는 핵가족시대의 반려동물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보신탕 문제 등과 관련하여 민감한 화두가 되면서 뉴스에도 많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돼지는 상대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저 식용으로만 여긴다. 뉴스에도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다. 가끔 구제역이 발생하여 살처분을 하거나 수급상 문제로 돼지고기 가격의 등락이 있을 때 언급될 뿐이다.
시내에 나란히 있는 애견샵과 삼겹살 식당은 개와 돼지의 위상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같은 가축인데 왜 이런 차별을 받을까? 혹시 가축이 될 때 개는 자발적으로 인류에게 다가왔지만 돼지는 사냥으로 잡혔기 때문일까?

개와 돼지가 띠를 지칭하는 12지에 포함된 것은 어쨌든 우리와 가까운 가축이기 때문이다. 띠와 관련해서 여러 설명이 있지만 결국 1년 단위의 동년배 집합이다.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이 성장하였다는 동질성을 가진 것이다. 띠에서도 개띠와 돼지띠는 차이가 있다.
오팔년 개띠는 우리의 귀에 익숙하다. 아마 띠중에서 가장 유명한 띠일 것이다. 1958년에 태어나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희노애락을 몸으로 떠않아 왔다. 인구수에서 71년생에 이어 2위라고 한다. 올해 만60세가 되어 공식적인 정년퇴직을 한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이 되고 우리사회가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에 비해 59년 돼지띠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58년 개띠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동일한 시절을 살아왔으며 사회의 영향력이나 비중도 거의 같은데도 이들에 대한 말은 별로 없다.

1등만 기억하고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해 대표적인 존재가 있으면 이에 가려져서 그보다 대표성이 약간 못한 존재는 가려진다. 그보다 특별이 못한 것은 아니지만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덜 받는다. 1등을 추월하지 못하는 2등이 받는 스트레스는 대단하다. 2등 콤플렉스란 말도 있다.

이는 좋은 측면이나 나쁜 측면이나 마찬가지다. 금메달에 가려 은매달이 안보이는 것이나, 꼴찌에 가려 꼴찌 바로 위는 창피를 면하는 것이나 같다. 또한 불행에 대하여도 대표적인 피해자 집단이 존재하고 그들의 피해에 대하여는 남들의 공감을 받으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지만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거나 수가 적은 집단의 목소리는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거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엄연히 존재하고 당사자들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59년 돼지띠나 다른띠들도 모두 나름대로 의미있는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다.

지난 몇년간 우리사회는 격동의 해를 보냈다. 상대적으로 2018년은 조용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해마다 연말이면 지난해를 돌아보며 다사다난한 해였다고 말한다. 어느 해도 그 당시에는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 아마 2019년도 비슷할 것이다. 먼훗날 2018년 개띠해와 2019년 돼지띠해가 개돼지처럼 같이 엮여서 기억될지는 모르겠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