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장 김인규

 

의전(儀典)은 예(禮)를 갖추어 베푸는 각종 행사 등에서 행해지는 예법을 말한다. 하지만 과도한 의전은 행사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전을 위한 행사로 비쳐 품질이 저하되는 등 관객들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국가나 지자체 등이 의전 간소화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의전은 권위주의 사회에서 누가 힘이 더 센가와 자존심을 내세우려는 기관의 장이나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이 유독 집착한다. 이들은 행사프로그램(퍼포먼스 등)에 제외하거나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면 관계자들을 질타하거나 인격적인 모욕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말 개최된 ‘제21회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에서는 이와 유사한 갑질행위가 일어났다.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은 문광부가 지정한 도 단위 이상 성격으로 이에 걸맞는 의전이 요구된다. 통상적으로 도 단위 행사의 의전은 도지사, 도의장, 행사가 치러지는 지역의 시장, 시의장, 사회단체장 등을 계획된 시나리오에 참여시킨다.

하지만 포항시의회 A의원은 본인의 지역구에서 개최된 행사인데 의전에서 배제됐다며, 막무가내식으로 행사관계자들을 호통을 쳐 관광객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A시의원은 아무리 도 단위 행사라 해도 지역구 시의원을 배제하면 공무원들이 예의도 없고, 기본도 없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기강이 해이 해 발생했다며 항변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21회 호미곳한민족해맞이축전’은 호미곶의 상징성과 한반도 최고의 일출을 자랑하는 대규모 행사로 수십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 기해년 새해 호미곶 일출을 보면서 국민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고 희망찬 한해 시작을 알리는 의미있는 행사다.

이런 상징성과 의미깊은 행사에서 지역구 시의원이 행사 프로그램에 제외됐다며, 몇 달 동안 행사준비를 위해 밤낮으로 고생한 관계자들을 질타한 것은 전형적인 갑질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시의원은 지역 주민들이 권력을 준 게 아니라 권한을 준 것이다. 행사에서 대우받기를 원하지 말고 행사준비가 잘된 것인지, 문제점은 없는지를 잘 관찰하여 집행부에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본연의 자세다.

시의원들의 갑질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행사장 자리 배분, 축사 순서, 주차장 우대, 의정할동 기간에 공무원들을 상대로 이해할 수 없는 질문과 호통 등 갑질 행위도 다양하다.

이런 갑질 행위를 사전에 근절하기 위해 행사를 주관하는 지자체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예산 결정권을 가진 이들의 압력으로 개선은 쉽지 않다.

시민의 대표라는 점 때문에 공직자는 시의원들에게 영원한 ‘을’로 표현된다. 이번 사태는 누가 뭐라해도 시의원의 갑질로 보이기 충분하다.

표로 먹고 사는 이들로서는 지역구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싶지만, 잘못된 행태는 행사를 망치고, 전형적인 갑질행위라는 점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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