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열 사회2부 부장™

경북의 작은 농촌도시가 전국적인 이슈로 등장했다. 이곳은 수주일째 상위 검색 순위를 오르내릴 정도로 세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같은 도민으로서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긍정적이지 않은 뉴스라는 것이다. 지역의 이미지 추락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젠 그곳에서 생산한 농산물까지 기피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확대된다면 농업을 주로하는 작은 농촌도시가 받을 타격은 걷잡을 수 없이 클 수밖에 없다.

지역 군의회 윤리위도 가동되고 일부 시민단체도 자정 결의를 다지고 있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태세다.

결국 열명도 안 되는 군의원 탓에 지역이 아예 몹쓸 곳으로 이미지 지어지는 모양새다. 옛 속담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린다’고 하듯 군의원들의 처신이 딱 이 경우를 두고 말하는 듯하다.

‘단술처럼 맑은 물이 땅에서 샘솟는 곳’이란 지명(地名)과 함께, 사계절 자연재해 없어 살기 좋은 땅이라 불리던 예천이 왜 이리 오명(汚名)을 입게 됐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수천년을 이어 온 지역 이미지가 일순간 지역민들은 물론 출향인들 마저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었다.

군의원은 지역민을 대표하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과 힘을 기울여 일해야 할 사람이다. 또한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이들 스스로가 그 일을 잘 감당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들이기에 이번 사태와 이후 처신에 대해 황당하기가 그지없다.

이 모든 상황을 잘 파악했음에도 이들의 행보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 주민들의 불만과 달리 의원직 고수의 뜻은 변할 것 같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언론을 탓하는 발언들도 일부 보인다. 이는 결국 이들 스스로가 사회에 끼친 파장에 대한 인식 부족은 물론 공인 의식 부재자가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최근 청와대 수사관의 내부 고발에 대해 청와대가 ‘미꾸라지 한 마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 논란이 됐다. 내부고발자 보호의 당위성을 주장하던 세력이 정권을 잡자 태도가 돌변했다는 지적이다.

병소(病所)가 외부에 드러나기 전, 환자가 증상을 미리 말하지 않는다면 속에서 곪고 있음을 외부에서 알기 어렵듯 내부고발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절감했을 정치 세력이 자신들의 주장에 반한다는 생각에 내부고발자를 사회부적응자로 매도하고 있다.

업무의 분업화·전문화가 잘 이뤄진 현대사회일수록 내부고발자 없이는 검·경의 첩보 수집도 언론의 취재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사회적 혼란과 파장이 큰 중대한 문제에 대해 이의제기에 나선 이들은 강물을 혼탁하게 만드는 미꾸라지가 아니라 조직과 사회, 국가를 살리는 헌신자요 애국자이다. 특히 조직과 사회로부터 매장당할 위험을 안고 나선 이들의 행동은 진정한 헌신(獻身)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들의 행동은 예천군민은 물론 출향인에까지 모욕과 자괴감을 안긴 몇 마리 미꾸라지와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의로운 행위였다.

예천군의원들에게 ‘이 한 몸 희생해 지역민과 군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란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마지막 결단에 대해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예천이란 이름에 더 큰 오명이 덧붙기 전에 말이다.

건강한 미꾸라지는 한 몸을 바쳐 맛있는 추어탕으로 국민의 건강을 돕는다. 추어탕이 돼 군민과 지역을 살리지 못할지언정, 추접탕(?)이 돼 선량한 군민까지 부끄러움에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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