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2019년이 시작된지도 벌써 한달이다. 1년의 12분의 1이 그냥 지나가 버린 것이다. 사무실에서 월간결산을 검토하면서 알게 되었다. 별로 한 것도 없이 어영부영 했는데 시간은 기다림의 자비가 없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시간의 흐름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도 해가 바뀌면서 준비한 일들이 있다. 연말까지 할 일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지난 연말 나름대로 고심하여 세운 소박한 목표다. 내 성격상 거창한 것들은 어차피 다 이루기 어려우니 가능한 일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큰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연초에 이런 계획을 세워온지는 꽤 오래되었다. 학생시절부터 해가 바뀔 때마다 다가오는 1년 동안 할 일의 목표치를 세우고 관리를 했다. 평상시 기록을 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가능하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는 기록과 관리가 수월해졌다.
나름 성과도 있다. 그동안 자격증도 몇 개 땄고, 글도 쓰고, 책도 많이 읽었다. 쓴 글을 발표하는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일을 할 때 목표를 세우면 일을 하기 쉬워진다. 구체적으로 실적을 체크하고 계획과 비교해가면 일이 체계적으로 추진된다. 목표가 없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 동기는 부여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없어 막연하다. 같은 일이라도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기록해가며 하면 일이 재미있어진다.

그런데 매년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웠다. 초과했던 해는 한두해 밖에 없었다. 실패경험이 누적되면서 해마다 지난해와 비교하여 목표를 낮추거나 아니면 다른 것으로 바꾸는 등 조절을 했다. 그렇더라도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과한 목표를 세우게 된다. 아무래도 욕심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듯 했다
주위에서 연초의 계획이 얼마 안가 흐지브지 되는 사례를 많이 본다. 그래서 작심 3일이니 용두사미니 여러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연말까지 가기는 했다. 다만 페이스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연말에 다 이루었다고 스스로 선언하며 대미를 장식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올해도 역시 잘 안될 듯 하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렸는데 시작도 못한 것도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올해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사실 작년 이맘 때에도 시간의 흐름에 비해 너무 안된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연말에 결산해 보니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올연말에도 이렇게 될까 두렵다. 그리고 내년에도 이렇게 되는 식으로 해마다 반복될까
물론 대외적으로 공포한 것도 아니고 속으로만 다짐한 것이니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느슨해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남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덧 50대 중반이다. 이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두렵게 느껴진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이미 무시못할 정도의 나이를 먹었다. 올해처럼 맞게 되는 연초는 몇 번 안남았다.
퇴직후 맞는 연초는 지금과 다를 것이다. 그때에도 나름대로 보람있게 계획을 하여 생활을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활동력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할 수 있을 때 충실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그렇더라도 초초해하지는 말자.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해보자. 아직은 연초라고 할 수 있으니 답답해하지 말자. 그리고 1년 열두달중 첫달이 반드시 중요한 것도 아니다. 아직 11개월이나 남았다.

어쨌든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 아니 다음달부터는 제대로 하겠지.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마 할 수 있는 것도 만족하자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절대 포기하지는 않으리라.

2019년 1월은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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