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계가 12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형제도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형제도를 위헌으로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헌법소원 청구인은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지난해 12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제1형사부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다.

지난해 법원은 사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서는 "(사형은)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다"며 기각했다. 이에 A씨와 대리인단은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배기현 주교는 “법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것일지라도 인간의 생명만큼은 함부로 다룰 수 없다.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형제도를 폐지할 것을 엄숙히 청원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두 번에 걸쳐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 1996년에는 헌법재판관 7대2, 2010년에는 5대4의 다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천주교계 대리인 김모 변호사는 2017년 기준 세계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42개국에 달하며, 2010년 이후 사형제를 완전히 법적으로 폐지한 국가가 10개국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사형제의 형벌로서의 정당성 주장은 사형이 첫째 징벌 기능을 갖는다는 점과 둘째 잠재적 범죄인들로 하여금 범죄에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경고 기능을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정의는 ‘각자에게 그의 몫을’ 배분하는 데 있다고 한다. 그래서 타인의 목숨을 앗는 살인을 저지른 자의 경우 그의 목숨을 거두는 것이 당연한 응보이며 정의의 관념에 맞다고 한다. 또한 그런 식으로 정의의 칼이 날카롭게 그 날을 세우고 있을 때 살인이라는 부정의를 저지르는 일이 일어나지 않거나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정의의 원칙에 기초한 사형제가 범죄의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형제의 비윤리성이나 비도덕성, 혹은 인권 침해성을 주장하는 사형제 폐지론의 입장에서는 사형수에게 과해지는 사형이 과연 온당한 ‘그의 몫’인가를 묻는다. 타인의 고의에 의해 한 쪽 눈을 실명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리고 실명한 사람이 보복으로 그 타인을 붙잡아 그의 한 쪽 눈을 실명시켰다고 해보자. 원초적 감정에 충실한 입장에서 보면 이 경우 응보적 정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응보로서 타인을 실명시키는 행위가 제3자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는 어떤가. 특히 공동체 전체를 대표하는 공적 기관에 의해 그 같은 행위가 이루어질 경우는 아무리 원초적 감정에 충실하다 해도 그것이 정의의 관념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것이 오늘날 문명사회의 상식이다. 최근 제기된 입법 방향은 종신형제를 사형제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회로부터 영구히 분리되는 것을 의미하는 종신형제는 인간은 ‘사회 안에 존재할 때 비로소 인간이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사형제에 버금가는 극단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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