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3월 1일은 삼일절 100주년이다. 이날을 기념하여 여러 기관에서 많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다.
삼일운동은 일본 식민지 시절 처음으로 전개된 본격적인 독립운동이다. 학생시절부터 많이 배웠고 TV나 영화에서도 많이 다루어서 그렇게 오래된 과거의 일로 여겨지지 않았는데 벌써 100주년이 되었다니 부지불식간에 세월이 많이 흐른 느낌이다.

100년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100이란 숫자는 완전수라는 상징성이 강하다. 비율을 나타내는 방식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백분율에서 100퍼센트란 완벽하다는 의미이다. 보통 시험은 100점을 만점으로 채점한다.
100년이란 시간도 의미가 있다. 50대인 나로서는 내가 살아온 날을 반복하면 100년이 된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다시 보낸다는 것이 엄청 길게 느껴질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내가 보낸 시간과도 비교되니 현실적으로 체감이 되는 시간이라는 묘한 의미가 된다.

개인에게 100년은 극복하기 어려운 긴 시간이다. 보통 3세대가 지나야 하므로 100년전이나 후의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100년 앞을 내다보고 일을 하지 않는다. 교육을 100년대계라지만 실제로 100년 후를 바라보고 계획을 세울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인생이 짧기 때문이다.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어떻게든 마무리 될 수도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으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만 가져오는 사건들이 많다. 그런데 100년이란 세월은 이들 중 많은 문제를 해결해준다. 실지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당사자의 사망 등으로 잊혀지거나 증오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역사에서도 100년은 중요한 단위이다. 100년을 세기라고도 표현한다. 세기의 시작이나 끝은 하나의 시대나 세대가 시작되거나 끝남을 의미하는 상징성이 있다. 학생시절 역사를 공부할 때 어떤 사건이 몇세기에 일어났느냐를 외우는데 골치아팠던 기억이 있다.
중국에서 대부분의 왕조가 300년 정도 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100년이 새번이면 나라가 바뀌는 것이다. 100년을 견디지 못하고 망한 나라도 많다. 크고 억압적인 왕조일수록 빨리 망했다. 가장 정복지향적이었던 원나라는 100년밖에 견디지 못하고 망했다

우리 역사에서는 중국보다 왕조의 존속기간이 길었다. 최근의 왕조인 조선이 518년이나 지속되었다. 조선에서 100년은 전체의 1/5인 셈이다. 건국후 100년이 지난 시기는 9대 임금인 성종대였다. 태종, 세종, 세조의 격랑이 지난 후에 전개되는 조선의 거의 유일한 태평성대의 시기다. 당시 평균수명이 현대보다 짧았기 때문에 조선초기 100년간 많은 세대교체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삼일절 이후 임시정부가 세워졌는데 우리 역사상 최초의 공화정이다. 이후 100년이 지났으니 조선 건국후 100년과 비교할 수 있다. 삼일운동후 100년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역사시대로 볼 수 있다. 해석의 논란이 많은 근현대사가 이어지는데 조선초기의 100년보다 더 변화무쌍했다고 판단된다.

요즘 평균수명이 길어졌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100세 가까이 살 수 있다. 100세 시대라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말도 있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데 수명이 길어지면서 과거에 논란이 된 문제를 오래 끌고 가는 경우도 있다. 관련자들이 오래 살아남기 때문이다. 또한 기록도 발달하여 감추기도 어렵다. 이제는 100년이 지나더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가 많은 시대다.
일본과 관련하여 위안부 문제 등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친일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논란이 더 증폭되는 느낌이다. 특히 최근 삼일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유관순 열사의 서훈 문제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각종 논란에 대해 역사의 평가에 맞기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역사 전체로 보면 100년이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닐지 모르지만 100년이 가기 전에 해결할 것은 해결하고 역사에 맞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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