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자기에 그려진 예쁜 꽃
혼자서 끼니를 해결할 때 아무 접시에 반찬을 덜어 대충 먹을 때가 종종 있었다. 혼밥(혼자 먹는 밥 또는 그런 행위)하는 것도 외로운데 예쁘지 않은 그릇에 밥을 먹자니 더욱 서글퍼졌다. 이후 밥을 혼자 먹든 여럿이서 먹든 예쁜 그릇에 깔끔하게 담아 먹는 습관이 생겼다. 같은 음식이라도 예쁜 그릇에 담아 먹으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포항시 북구 삼호로 11번지에 위치한 색을 가지는 온도 1250℃(대표 김도원)는 도화 공방으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곳이다. 원 데이 클래스와 정규 수업뿐 만 아니라 판매까지 하는 공방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게 주문 제작을 할 수 있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김도원 대표는 과거 교육계열에서 근무를 하던 중 도자기와 그릇에 관심이 생겨 취미로 그림을 배우다가 뜻밖에 손재주를 발견, 5년여간의 배움과 준비 끝에 공방을 차리게 됐다. 그는 비전공의 부문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몇 십 배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가마굽는 법부터 시작해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기법까지. 피나는 노력 끝에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모녀 전’으로 2인 전을 열기도 했다. 어머니는 민화를 전공해 민화를 그리고 딸인 본인은 도자기에 민화를 그려 넣어 신선한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평이 자자했다. 김 대표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도자기에 민화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며, 새하얀 백색토에 민화를 그려 넣으니 종이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1250℃에서는 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들도 민화를 그려 넣은 그릇을 만들 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원 데이 클래스에서는 본인이 만들고 싶은 도자기를 선택, 이후 기본 도안 2~3가지 중 하나를 골라 그리면 된다. 이후 1250℃까지 올라가는 가마에 구워내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그릇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데 하루, 가마 속에서 구워지는 데 3일이 걸리는 도자기는 인내 끝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활잡화점에서 판매하는 몇 천 원짜리 그릇과 비교하면 섭섭할 뿐이다.

김도원 대표는 “자동차 하면 어느 브랜드를 알아주고, 가전제품하면 특정 브랜드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처럼 도자기하면 포항의 ‘색을 가지는 온도 1250℃’가 가장 먼저 인식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가장 한국적인 민화와 도자기가 만나 한국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잘 살려 전통적인 한국의 美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봄이 한 발자국씩 다가오는 요즘... 예쁜 식기에 봄 음식을 담아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는 즐거움을 느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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