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 위촉한 가스공사 전 사장 배임 혐의로 고발

자문보고서 직접 대필해주고 5500만원도 지불
감사 결과 자문 관리 부적절, 예산낭비 논란


한국가스공사가 자문을 위촉한 특정인의 자문보고서를 대필해 주고 거액을 지불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또 자문위촉 관리를 부적절하게 집행해 예산낭비를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세계가스총회(WGC) 유치, 북미지역 자원개발, 중동지역 사업 등을 수행하기 위해 특정인과 자문계약을 체결해 거액을 지불했다. 자문위촉을 구실로 특정인에게 거액을 지불해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 전 사장 L씨가 캐나다 현지 법인을 통해서 위촉한 자문건은 현재 공사로부터 업무상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 L전 사장 시절인 2015년 9월 10일부터 2016년 3월 9일까지 6개월간 월 1천만에 P총장과 6천만원에 자문 계약했다. P총장은 주베트남, 주영국대사와 차관을 역임하고 2016년 2월 27일 한국가스연맹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공사 캐나다 법인을 통해 P총장과 자문 계약된 내용은 ‘북미지역 자원개발과 LNG 사업 환경분석’ 정기심층분석보고서 6개 분야로 순차적으로 6개월 동안 제출토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감사결과 가스공사 직원이 보고서를 대필하고 P총장은 연구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문료만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총 6건의 문서 중 4건은 공사 사업팀에서, 나머지 2건은 캐나다 법인에서 대필됐다. 사실상 P총장은 1건도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6개월간 5천500만원의 자문료를 취득해 캐나다 법인은 5천500만원의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됐다.

감사가 진행되자 지난해 10월 12일에서야 P총장은 5천500만원에 상당하는 캐나다달러를 법인에 반환조치 했지만 해당 계약이 당시 L전 사장에 의해 자문수행자는 물론 자문기간과 자문료까지 미리 정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L전 사장은 P총장이 자문수행자로 활용될 수 있도록 소속 본부장에게 방안을 강구했고 본부장은 처장, 처장은 사업팀장에게, 사업팀장은 캐나다 법인에 P총장을 자문으로 추진할 것을 검토하도록 순차적으로 지시한 것이 감사결과 밝혀졌다.

당시 사업팀장은 같은 팀 차장을 통해 캐나다 법인에 전달했으나 캐나다 법인 관계자는 P총장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데다 경력상 관련 자문을 맡기도 힘들다고 판단해 자문계약 추진을 거부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전 사장의 지시에 의해 공사 처장과 사업팀장, 차장은 논의를 거쳐 P총장의 자문계약 추진을 위해 사업팀에서 보고서를 대필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고 캐나다 법인에는 대금지급만 해줄 것을 재차 지시해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감사 결과 해당 처장은 본부장에게 지시받아 사업팀장에게 지시하고 자문계약과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주장했으며, 사업팀장은 사장이 모든 것을 정해 지시해 추진했기에 자문수행자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갖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21년 대구에서 개최되는 세계가스총회(WGC)의 유치와 관련된 자문위촉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가스공사는 전 대사를 역임한 A씨에게 자문을 위촉했다.

2013년 12월 23일부터 1년 동안 6천만 원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 역시 문제투성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가 정한 용역계약일반조건에 따르면 3천만원 이상의 용역계약일 경우 일상감사를 통해 계약의 공정성과 적정성 등을 검토 받아야 하고 자문계약서에 따르면 매월 22일까지 월간 업무보고서와 이 외 수시보고서도 제출토록 돼있다.

그러나 해당 자문역은 일상감사 없이 계약을 추진했으며, 유치 성공에 따른 후속업무 추진을 위해 1차 2개월, 2차 4개월간 자문기간이 연장돼 자문내용이 달라졌음에도 공사는 이를 계약서에 반영하지 않고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는 또 소속 법인을 통해 같은 자문역을 2015년 9월 10일부터 6개월간 3천만원에 또 자문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자문계약서에 따르면 매월 6가지 주제의 정기심층분석보고서를 제출토록 돼있다.

그러나 공사 법인은 자문수행자가 제출한 보고서가 계약서에 명시된 6가지 주제와 일부가 다르게 작성되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보완 또는 수정 지시를 하지 않은 채 자문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감사에서 계약관리가 소홀하다고 지적됐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자체 감사 결과 내용에 따라 관련자들은 징계 조치했다”며 “캐나다 법인 사항은 검찰 수사 중이라서 수사가 끝나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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