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아침산책] 진짜 불금신재일 수필가
   
모처럼 맑은 주말이란다. 드디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며칠동안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했는데 봄날씨를 만끽해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하게 즐길 상황은 아니다. 여러 일들이 갑자기 닥쳐와서 준비를 해야 한다. 토요일에는 몇달 전부터 준비한 이벤트가 있다. 긴장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 일주일동안 제주도에서 교육이 예정되어 있다. 중요한 일을 미리 해두어야 한다. 금요일까지 마무리 하고 일직 퇴근해서 서울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일부러 몰아서 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특히 개인일로 사무실에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니 몇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금요일 새벽부터 설쳤다. 시간이 되면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일을 마쳐야 한다. 다음주에 갈 출장도 미리 다녀왔다. 점심시간에 출장지 근처에 근무하는 친구를 불러내어 점심을 같이 했다. 친구는 나에게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부러워한다. 우리 나이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에너지가 넘친다기 보다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벌여놓은 일은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한다. 바쁘게 설쳤기 때문에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었다.

불금이라는 말이 있다. 불타는 금요일이라고 주 5일제가 실시되면서 금요일에 열심히 놀아도 주말 2일 동안 회복될 수 있기에 나온 말이다. 실제로 불타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열심히 논다는게 쉽지 않다.
나도 그렇게 신나지 않는다. 부담스런 상황이라 여유가 전혀 없다. 운명의 토요일을 앞두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집에 오니 갑자기 아내가 장거리 운전을 해달라고 한다. 모처럼 빨리 퇴근했으니 남는 시간에 포항에서 일이 보게 도와달라고 한다. 매주 할 수 있는 일이라 다음주로 미뤄도 될 일 같은데 하필이면 중요한 일을 준비하는 남편의 시간을 빼앗으려는지 야속하다. 내게 중요한 일은 전혀 챙겨주지 않는다. 결국 주말에 집안 일은 하나도 안하기로 약속하고 운전을 해주기로 했다.

포항에서 아내가 일을 하는 동안 차안에서 대기를 하다가 사무실 전화를 받았다. 중요한 보고가 있다며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주말에 사무실에 갈 수는 없기에 집에서 작성해서 보내주기로 했다. 업친데 덮친 격이다.
결국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서울에 기게 되었다. 잘못하면 몇 달간 기다린 일을 망치게 생겼다.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열불터지는 금요일’이라는 의미로서….
포항에서 일을 마치고 대구집으로 오니 밤 10시다. 보고서부터 썼다. 다행히 중요한 자료는 메일로 받았기 때문에 집에서도 할 수 있었다.
보고서를 다 쓰니 새벽 2시다. 보고서를 메일로 보내준 후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기차를 탔다. 기차 안에서 살펴 보니 역시나 몇가지 준비물을 빼먹고 왔다. 급하게 서두르다 보니 챙기지 못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할 수 있을 만큼은 준비가 된 것 같다.

서울에 도착해서 이벤트를 시작하였다. 다행히 걱정한 만큼 망치지는 않았다.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될 듯 하다. 올라갈 때보다는 훨씬 많은 여유를 갖고 대구로 내려왔다.
오후에 집으로 오니 집안 일이 많이 밀려 있다. 평소 주말마다 하는 일이다. 주말부부는 주말이 아니면 집안 일을 할 시간이 거의 없다. 한때 유행한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단어가 내겐 일상이 되었다. 전날 안한다고 말했었지만 진짜 안할 수 없다. 결국 집안 일도 정신없이 했다.

일요일에는 불금의 열기를 식하는 봄비가 내렸다. 남아있는 미세먼지도 깨끗이 씻어 주었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을 해보니 불금은 진짜 불금이다. 정열에 불타서 일을 하는 그런 금요일이다. 놀기보다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지 않는가. 그리고 아직까지 나를 필요로 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도 하다.

이부용 기자   queennn@paran.com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부용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