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원인이 자연적 원인으로 일어난 ‘자연지진’이 아닌 ‘촉발지진’이라고 정부가 20일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포항시민들은 지열발전소 건립과 운영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정부와 일부 기업은 지난 2011년부터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지열발전소를 건립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넥스지오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에 나선 것이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인공 저류 지열발전 방식, EGS로 ㎿급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EGS는 지열발전에 필요한 온도에 이를 때까지 시추장비를 이용해 강한 수압으로 물을 주입해 암석을 깨뜨린 뒤 인공적으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인 저류 층을 만드는 기술로, 이렇게 만든 인공 저류 층에 물을 넣어 지열로 가열하고 발생한 증기를 이용해 발전소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때문에 포항 일대에는 뜨거운 지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하 5㎞ 깊이 지하수 온도가 최대 180도에 이르는 등 포항이 비화산지대로는 지열을 이용한 전력 생산에 최적 요건을 갖췄고, 지열발전사업 주관 기관인 넥스지오는 지하 4.2∼4.3㎞ 지점에 지열발전정 2개를 시추한 뒤 2016년부터 시운전해 왔다. 그리고 다음해 11월 규모 5.4의 강진이 일어났고, 계속해서 여진이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막대했고, 지진이 없던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강진이 발생하자 지열발전소에 의해 일어났는지 논란이 커져 정부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연구를 시행한 것이다.

조사단 설명에 따르면, 지열발전소 실증연구를 수행하던 도중 지열정 굴착과 두 지열정(PX-1·PX-2)을 이용한 수리자극이 시행됐다. 굴착할 때 발생한 이수누출(mud loss)과 한 지열정(PX-2)을 통해 높은 압력으로 주입한 물의 압력으로 인해 포항지진 단층면에 남서 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미소지진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시간경과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영향의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하고 거의 누적돼 임계 응력상태에 있었던 상황에서 포항지진이 촉발시켰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유발지진’이자 ‘촉발지진’이기 때문에 ‘자연지진’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조사단이 정의한 유발지진은 지구 내부에서 유체 주입의 영향으로 공급압과 응력이 변화된 암석의 공간적 범위 내 일어날 수 있는 규모 지진을 말한다. 즉 유발지진은 이때 유체 주입과 조구조 운동으로 축적된 변형 에너지는 방출하는 것이다.

촉발지진은 인위적인 영향이 최초의 원인이나 그 형향으로 자극을 받은 공간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규모 지진으로, 이때 지진은 대부분 조구조 운동으로 축적된 변형에너지를 방출한다.

지진 발생 후 논란이 계속 되자 산업통상자원부와 넥스지오는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직후에 지열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20일 직접 찾아가본 포항지열발전소는 뿌연 미세먼지와 함께 음침함이 도는 가운데 적막감이 맴돌았다. 출입문은 굳게 닫혀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듯 보였고, 곧게 뻗은 시추공은 가동을 멈춰 덩그러니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입구에는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 과제의 실증실험 현장이고 과제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과제수행 중지명령에 따라 연구활동이 중단됐다는 안내문만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발전소 근처에는 시추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관이 녹이 슨 채 쌓여 있었고, 여러 건설장비 또한 사용한 지 오래 돼 낡은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지진 원인이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일부 포항시민은 “이미 외국의 지열발전소에서 유발지진이 일어난 점을 상당수 학자나 정부 관계자가 알고 있음에도 지열발전소를 건립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포항이 일종의 실험대상이 됐다는 주장이다.

미국이나 스위스 등에서 지열발전소의 땅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에 자극을 줘 유발지진이 일어난 사례가 명백히 있는 가운데 포항지열발전소 건립과 운영과정에서 정부가 몰랐다는 점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이에 관계자나 전문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양만재 시민대표는 “정부나 학자, 지열발전소 운영사인 넥스지오는 스위스 바젤에서 지열발전으로 지진이 일어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포항시민에게 숨겼다”며 “포항시민이 실험대상인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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