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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낙태죄 위헌, 좀 더 고민했어야 했다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11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이에 지난 1953년 제정된 낙태죄가 임신 후 일정기간 내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낙태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낙태를 찬성하는 쪽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앞세운다. 낙태를 반대하는 쪽은 태아의 생명권을 주장한다. 선진국에서도 낙태 논란은 해묵은 과제다. 낙태를 놓고 보수와 진보가 팽팽이 맞서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5월 공개변론에서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번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원회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최근 냈다. 법무부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는 국가의 책무"라는 입장이다. 정부내 각 부처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낙태죄 폐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8.3%였다.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30.4%로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의 절반 수준이었다. ‘모름‧무응답’은 11.3%였다.
지난 2017년 11월 당시 했던 낙태죄 폐지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폐지 찬성 응답은 6.4%포인트 증가했지만, 반대 의견은 5.8%포인트 줄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0일 전국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5.2%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조사에서 낙태죄 찬성은 과반을 조금 넘은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국민의 절반 이상이 낙태죄 폐지에 찬성했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낙태죄 폐지를 줄기차게 반대해 온 한국 천주교회측은 헌재 결정에 대해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생명이 걸린 낙태죄 폐지는 좀 더 진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이 성급했던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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