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진 소장 (한국unity-liberty연구소)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의 평화는 더욱더 원치 않는다. 만일 북한이 진실로 비핵화를 실천한다면 적극적인 대북 경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 만일 북한이 비핵화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국제 사회와 공조하여 대북 제재와 압박에 동참할 것이며, 한미 군사 동맹을 바탕으로 전쟁 방어 훈련을 지속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에게 위와 같은 선언을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의 국군 통수권자는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의 어떠한 전쟁도 원하지 않는다.’ ‘한반도 통일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평화가 곧 경제다.’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라고 선언했다. 얼핏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살리는 인간미 넘치는 좋은 말 같지만 면밀히 분석해 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될 수 있으며, 국제 정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매우 위험한 불순물이 섞여 있다.

첫째, 우리 헌법상에 침략적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지 국민의 생존을 위한 방어적 전쟁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전쟁을 무조건 두려워하는 국민은 평화를 누릴 자격이 없다. 군통수권자라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하여는 수호적 전쟁도 불사한다는 단호한 결의를 다져야 하는데 생존권 보호 의지를 약화시키는 발언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말이다.

우리는 공산독재정권과 실재 대치하고 있고, 그들은 이른바 통일전쟁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경제 갈등은 있어도 서로 군사전쟁은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평화’를 주장하는 것은 곧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한반도의 통일 문제는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럴 듯하지만,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은 처음부터 우리 민족끼리 저지른 사건이 아니었다. 한반도의 공산화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통일 전쟁을 지원했고, 공산화를 막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UN이 한국을 도왔다.

특히 3만4천명의 목숨을 바친 동맹국 미국과 UN군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공산독재국가가 미군 철수를 위해 외치는 ‘우리 민족끼리’의 주장에 말려들어가는 셈이 된다.

셋째, ‘평화가 곧 경제’라는 말은 매우 위험한 말이다. 평화에는 ‘자유의 가치를 지키는 평화’와 ‘자유의 가치를 포기한 평화’가 섞여 있다. 자유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있을 수 없다. 헌법상의 인권 가운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최고의 가치는 자유라는 인권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유의 가치를 지키는 평화는 곧 경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유의 가치를 포기한 평화는 참으로 질 나쁜 평화이며, 곧 자유를 지키려는 전쟁을 포기하거나 사회주의에 대한 항복 선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평화는 경제가 아니라 비극의 시작이다.

넷째,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말이 매우 인도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매우 감상주의적이며 위험한 표현이다. 물론 우리도 기본적으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남북이 함께 잘 살기 원한다. 그러나 먼저 언급한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란 말은 최소한의 인권마저 무시되며 처참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에 대한 모독이 된다. 주민이 고통당하고 있는 이유가 폐쇄된 1인 신격화 독재정치 때문인데, 그러한 정권이 지속되기를 원한다라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

끝으로, 가짜 휘발유에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는 원료는 무엇일까? 진짜 휘발유이다. 진짜 휘발유를 주원료로 약간의 조연제나 첨가제를 섞으면 가짜 휘발유가 된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존속 유지 번영을 위해서 통일과 안보, 외교의 기본 정책 방향에 어떤 불순물이 섞여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하고, 시민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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