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위소방대원들이 소방관과 함께 불을 끄고 있다.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3일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도 화마가 덮쳐 시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일어난 화재로 드러났다.

지난 3일 오후 8시 12분께 '산불 발생, 전 직원 출동 요망' 이라는 긴급한 메시지가 대송면 직원 비상 연락망으로 도착했다. 인근에 있던 대송면장 이하 직원과 남구 산불진화 대장이 8시 20분께 ‘해림이네 집’에 도착하자 그들을 마주한 건 빨갛게 타오르는 불구덩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송면 사무소 직원들은 인근 민가에 불이 붙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일부 직원들은 살수차를 동원해 산 정상으로 가서 불을 끄기도 했다. 진화대 3명과 대송면 직원들은 등짐펌프만 의지한 채 한창 불을 끄던 중 강한 바람으로 화마가 덮쳐 고립되는 등 자칫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습도가 10% 이하인 날이 많고 강한 편서풍이 불어 불씨가 잘 옮겨붙는 4월의 특성상 대송면 화재도 자칫 더 큰 산불이 될 수 있었음에도 12시간 만에 꺼질 수 있었던 건 대송면 숨은 영웅들 덕분이다.

산불이 난 같은 시각 대각 1, 2리 이장들은 본인의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산불이 난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두 발로 뛰어다녔다. 대각 2리 김영애 이장은 오후 9시부터 대나무 숲이 타고 있는 걸 발견, 대송면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오전 9시 15분께 마을주민 대피 지시가 떨어지자 대각 1리 이장은 몸이 불편한 노인분들은 물론 주민들을 모두 챙겨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10시께 산 정상으로 올라간 진화 대장의 무전이 들려왔다. “등짐펌프의 물이 고갈됐으며 현재 고립된 상황이니 올라오지 마라” 자칫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다행히 11시 35분께 큰불이 잡혔다는 무전이 들려왔다.

불길이 잡혀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이튿날 오전 12시 10분께 대송면‘절골’에서 또다시 불이 붙어 비상에 들어갔다.

4일 오전 1시 55분께 주민 대피 지시가 내려지자 장동 1, 3리, 대각 2리의 이장들은 신속히 주민들을 마을회관으로 대피시켰다.

대송면 사무소 직원들은 물론 각 이장들의 발 빠른 행동으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5시 20분께 큰 불이 잡히기 시작했고, 6시 30분부터 진화 헬기 8대가 와 면사무소 직원들은 한시름 덜었다.

오전 8시께 주민들은 집으로 다시 복귀하기 시작했으며, 면사무소 직원들은 퇴근도 없이 잔불 작업에 나섰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포항시, 소방 공무원은 물론, 대각2리 김영애 이장, 새마을부녀회 김연희 회장, 새마을협의회 심정섭 회장,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해서 회장, 대송면 지역자원봉사대 소남미 대장, 의용소방대 이운대, 남정분 대장 등이 크게 애썼다.

이번 화재로부터 직장을 지킨 사례도 있어 훈훈함을 더해주고 있다.
5일 산불이 점점 확대돼 화마가 ㈜넥스틸 공장 앞 도로를 덮치고 있을 때 ㈜넥스틸 자위소방대원들은 연소 확대 방지를 위해 투입된 소방관들과 함께 평소에 훈련한 대로 옥내소화전, 옥외소화전 소방호스를 전개해 도로에 주차돼 있던 차량과 공장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전 직원이 합심해서 화마와의 사투를 벌였고 하마터면 연소 확대될 뻔한 자신들의 직장 ㈜넥스틸 공장을 산불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냈다.

㈜넥스틸 총무안전팀 권동혁 팀장은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진압작전을 펼친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우리 직장을 우리가 지켜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며 "실제 화재진압을 한 경험을 통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위소방대 소방훈련을 실시해 화재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연규 대송면장은 “이번 화재로 대송면 직원들이 똘똘 뭉쳐 다 같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인명·재산 피해가 없었으며, 대송면의 자랑인 운제산 또한 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다"며 "앞으로 산불 감시를 철저히 하고 주민들 논·밭에 불태우기 홍보를 통해 산불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