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지난주 지금까지 상상으로만 묘사되던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참여한 ‘사건의 지평선’이란 프로젝트에서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을 연결해 지구크기의 지름을 가진 가상의 망원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망원경을 이용하여서 왜곡된 빛들이 블랙홀을 비춰 윤곽을 드러나는 현상을 관측한 것이라고 한다.
과학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원리는 잘 이해되지 않지만 아무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온 이후 104년만에 직접 증거를 통해 눈으로 확인한 최초의 기록이라고 한다.

블랙홀은 가장 빠른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한 천체다. 어느 정도 상식을 가진 현대인이라면 구체적으로는 모르더라도 천문학의 유명한 이론인 빅뱅이론과 함께 블랙홀에 대해 피상적으로는 알고 있다.
블랙홀 이론이 포함된 천문학은 인류의 과학발달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순수과학이다 보니 공부해서 취직하거나 실생활에 당장 필요한 기술로 발전하기 어렵다. 대학의 관련학에 많은 사람이 모이지 많고 졸업생이 관련분야에 취직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돈도 많이 들어 웬만한 강대국이 아니면 실험이나 연구를 하기도 어렵다. 이를 보면 지식분야의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블랙홀이 빛을 당기는 힘은 뉴튼이 발견한 만유인력이다. 만유인력과 블랙홀은 인문 사회분야 연구에도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도시인구 유입현상이나 상권을 분석할 때 중력이론을 적용하여 상징적으로 설명한다. 이때 극단적으로 외부의 자원을 유입하는 곳을 블랙홀이란 표현을 한다.
빨대이론에 의하면 교통이 발달하면 대도시는 인근지역의 상권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된다. 최근까지 중국이 경제성장할 때 주변 국가의 수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란 말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블랙홀 주변의 자원은 없어질 수 밖에 없다. 중국의 건축이 호경기일 때 주변국가의 시멘트나 철근수요를 흡수하여 가격이 올라가기도 했다고 한다. 옛날에는 한명의 만석지기가 나오기 위해서는 열고을이 굶주려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결국 블랙홀이란 좋은 의미보다 나쁜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블랙홀 이론과 비슷한 이야기로 우리나라에 ‘불가사리’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우리 주위에 강자에만 집중되는 블랙홀 현상이 있다. 1등은 기억하고 2등은 기억하지 못하는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1등은 관심의 블랙홀이 된다.
사회적인 이슈를 독점하거나 관심을 흡수하는 사건에 대하여도 블랙홀이란 말을 쓴다. 프로젝트 이름인‘사건의 지평선’이란 단어는 한쪽의 사건이 다른 쪽의 사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곳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블랙홀은 다른 사건에도 심히 큰 영향을 미친다. 블랙홀이 될만한 뉴스가 나오면 다른 사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그래서 어떤 사건에 대한 관심을 덮기 위해 다른 사건이 조작되는 경우도 있었다.
블랙홀도 큰 블랙홀이 있고 작은 블랙홀도 있다. 작은 블랙홀은 큰 블랙홀에 흡수되기도 한다. 더 큰 이슈가 나오면 이전의 블랙홀은 잊혀진다. 요즘 기괴한 사건들이 하도 많아서 블랙홀의 수명이 짧다. 웬만한 사건은 곧 잊혀진다. 사건이 사건을 덮는 형태가 계속된다. 그러다 보면 블랙홀을 유지하기 위해서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러나 오래 지속되는 블랙홀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거대한 블랙홀은 수도권이다. 수도인 서울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나라의 중심지다 보니 엄청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든 빨아들인다. 우리나라의 돈과 사람 등을 모두 빨아들인다.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는 지방과는 전혀 다른 그들만의 세계도 있다. 그결과 수도권만 발달하고 지방은 피폐해졌다.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한 이유다.

우주의 블랙홀과 달리 사회의 블랙홀은 실제로 쉽게 볼 수 있다. 가상의 망원경 같은 복잡한 이론도 필요없다. 그러나 아무도 해결하려고 덤비지 못하는 듯 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만 간간히 보일 뿐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