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적 참여 속 정치권 반응만 미온적…이철우 지사·이강덕 시장 국회 방문 특별법 제정 및 추경예산 확보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

▲ 김정우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와 면담중인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포항시 제공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실험에 따른 촉발지진'이라는 정부조사결과 발표이후 조속한 손해배상과 지역재건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자수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정부답변기준 20만명을 초과함에 따라 정부에 특별법 제정에 대한 입장표명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특별법 조기제정을 위해 포항시민은 물론 범국민적인 참여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유독 정치권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국민청원 정부가 답할 때

청와대 국민청원은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개설됐으며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부가 답변해야 한다.

‘11·15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을 간곡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지난 3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는 이 국민청원의 참여자는 지난 12일 오후 20만명을 넘어섰다. 18일 오후 4시 기준 21만780명이 참여했다.

국민청원인은 "정부조사단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했는데도 정부는 지진피해지역의 시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대응하겠다고 답변해 포항지진 피해배상과 지역재건을 위한 특별제정 국민청원을 제출하게 됐다"고 밝히고 "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보상절차와 보상금지급 등의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지열발전소 사후 조치 및 지역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사업도 조속히 진행돼 정부의 신뢰도를 높여야 하고 정치권도 포항지진을 정치쟁점화하지 말고 초당적으로 협조해 특별법 제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항시와 시민대책위원회 등은 국민청원 이후 대규모 집회를 열어 관심을 촉구했으며 각종 행사장에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안내장을 나눠주며 국민청원 참여를 호소했다. 또 포항시는 시청 홈페이지와 'SNS'등을 통해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고 자매결연도시를 방문해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특별법 조기 제정에 정치권 나서야

정부조사단의 지열발전소 촉발지진 발표 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의 원론적인 입장발표 외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정치권은 법안제출과 특위구성 등을 두고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지진으로 경제파탄지경인 포항시민의 절박한 호소를 정치권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법 조기 제정에 정부와 정치권의 초정파적 지원이 시급한 때다.

이미 지난 2일 포항 육거리에서는 포항시 추산 3만여 명의 시민이 모여 ‘지진 피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인구 50만여 명인 포항시에서 단일 집회에 이 정도 규모 인파가 몰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포항시민의 절박함을 집회를 통해 호소한 것이다.

◇특별법 왜 필요한가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이라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지진피해 구제 및 지원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현행 민법이나 국가배상법으론 합리적인 배상을 받기 힘든 데다 민사소송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소송비용까지 감수해야 한다. 반드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하는 이유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특별법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선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특별법 제정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지진 특별법이 이른 시일 내 마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별법안은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포항 북구)이 지난 1일 대표 발의해 국회 산자위에 상정된 것이 유일하다.

특별법안은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과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등 2건으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없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이견도 특별법 제정을 지연시키는 원인이다. 민주당이 국회 내 특위 구성을 통한 특별법 제정 및 피해 지원을 주장하는 반면, 한국당은 상임위를 통한 특별법 제정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철우 지사·이강덕 시장, 특별법 제정과 포항지진 추경예산 확보 강행군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은 18일 국회를 방문해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및 추경예산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지진특위위원인 김현권, 유동수, 김정우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황영철 의원, 장제원 예결위 간사 등을 만나 지진이후 신체적·정신적·경제적 3중고를 겪고 있는 지역민심을 전하며, 특별법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포항 지진대책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 정부 추경예산의 대폭 반영을 요청했다.

이강덕 시장은 “지진의 상처로 얼룩진 포항시민과 지역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이번 정부 추경예산의 대폭 반영이 절실하다” 며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재난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살고 있는 포항시민들을 위해 특별법 조속 제정과 국가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율동·신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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