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진 (한국U&L연구소)

현대 민주정치는 정당정치이다. 정당은 정치권력 획득을 기본 목적으로 한다. 정당은 국민이 선호하는 정책을 개발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다.

선택되면 다수당이 되어 국가 의사의 주요 결정권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모든 정당은 본질적으로 다수의 표를 얻기 위한 대중 인기 영합(populism) 정책들을 쏟아 내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좌우 이념에 구분되지 않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는 심각한 차이를 보인다.

정당 정치는 책임정치이다. 대중들이 선호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국민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면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한국의 좌파들은 좌파라는 말보다 진보라는 말을 선호하지만, 경제면에서 전혀 진보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좌파들은 시장경제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는가의 여부에 상관하지 않고 기발한(?)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개발해 용감하게 적용하고 있으므로, 양식 있는 시민들이 정부를 걱정하고 있다.

아무리 대중들이 선호하는 정책이라 할지라도 그 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제 사회 현상에 관한 과학적 분석 과정을 거쳐 객관적 사실(fact)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 정부의 경제팀은 우리나라 시장경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반시장적 반기업적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 자들이 많다. 무늬만 학자인 이념 편향 아마추어들이 정책결정자가 되어 전문가들에게 호통치며 무리하게 정책을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한국 경제 현실은 약육강식의 구조이며, 강자 1%가 약자 99%를 지배하고 있으며, 소득 분배 구조가 심각한 위기이며, 기업들이 이기주의에 빠져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정책안을 최종 선택할 때 반드시 우리나라의 국내·외 정치상황도 함께 고려돼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이념으로 분단돼 대립하고 있으며, 세계적 경제 군사 강국 1위(미국), 2위(중국), 3위(일본), 4위(러시아)의 치열한 경쟁에 둘러싸여 패권국들의 주도권 다툼의 각축장(角逐場)이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번영과 통일의 길로 나가려면, 단결하고 집중하는 강한 힘을 가지는 일이다. 1인당 GDP 3만불에 안분자족(按分自足)하며 나랏돈으로 소비에 주력해 성장을 멈추게 할 여유가 없다.

1위와 2위가 패권 다툼할 때, 그 사이에서 한국이 빛나는 주도권을 가지려면, 우리가 합세하는 쪽의 힘이 더 강해질 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지 수준을 향상시켜나가야 하지만, 국민경제 전체의 활력을 저하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돼야 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이미 그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된다. ‘3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680만5천명으로 지난해 보다 25만명 증가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보건 및 사회 복지 서비스업(17만2천명·8.6%),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8만3천명·7.7%), 농림어업(7만9천명·6.6%) 분야에서 고용이 증가했다고 한다. 보건 및 사회 복지 서비스업 분야의 취업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정부의 재정 투입 일자리사업 때문으로 통계청은 풀이했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공공부문의 알바형 일자리만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가장 건실해야 할 제조업은 10만8천명(-2.4%), 사업 시설 관리·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4만2천명(-3.1%), 금융 및 보험업 3만7천명(-4.5%)으로 감소했으며, 특히 모든 산업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은 지난해 4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령별 취업자를 보면 60세 이상(34만6천명), 50대(11만1천명), 20대(5만2천명)에서 증가했지만,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을 해야 할 40대(-16만8천명)와 30대(-8만2천명)의 고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연령별 취업 구조가 기형아 모양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경제 불평등지수는 25위/149개국(2014), OECD 국가들의 중위에 해당해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재벌기업 상속세는 6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약탈적 수준이므로 기술과 노하우가 2~3세에게 이어지기 어렵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국가가 방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종사자 비율은 7%로서 매우 낮으므로 오히려 대기업을 죽일 것이 아니라 더욱 키워 나가야 한다. 성장을 지속하면 모두 잘 살 수 있는 길이다. 소득 격차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두가 망하는 길뿐이다.

영세기업 또는 소공인이 24%이므로 급격한 임금 인상에 버틸 수 없는 경제구조이다. 2018~9년 2년 동안 27.3%의 급격한 임금 인상으로 고용을 줄여야 하고, 주인이 직접 운영하다가 힘에 겨워 줄줄이 도산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일자리창출이라는 목표와 이율배반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현재 경제정책팀은 그들이 보고 싶은 현상만 바라보며 ‘건강한 체질로 개선되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 정부는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임금 소득주도성장, 공공부분 일자리 확대, 광주형 일자리 만들기, 임금 배분율 향상, 재난적 분배구조개선 등 수많은 정부 개입주의적 또는 좌파적 정책 구호를 남발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보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달콤한 사탕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오로지 정부의 세금을 풀어 공공부분 일자리 수를 늘이는 것은 놀고먹는 게으른 공무원 수를 늘리고, 열심히 일하는 시민을 괴롭히는 일이다. 부지런하고 도전적인 젊은이들보다 다수의 게으른 시민들의 표를 의식한 술책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공무원 숫자를 줄이고 우대해 그들이 참으로 열성적으로 일하는 나라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오히려 전 국민을 공무원화해 민간부문의 활력을 죽이고 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이러한 복지 포퓰리즘 정책에 시민들이 찬성하는 것은 결국 독이 든 사탕이 우선 달다고 즐겨 먹는 것과 같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