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찰관의 취객 제압을 놓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경찰이 물리력 행사 기준을 마련했다. 경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결돼 11월 시행되는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에서는 물리력 행사 3대 원칙으로 객관적 합리성, 대상자 행위와 물리력 간 상응, 위해 감소 노력 우선이 제시됐다.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위해를 가하려 할 땐 전기충격기까지 쓸 수 있게 했고 최후의 수단으로 권총을 사용하되 가급적 대퇴부 아래는 겨냥토록 했다. 기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무기·장구 사용에 관한 규정이 있었고, 전자충격기나 수갑 등 일부 장구에 대한 경찰 내부 매뉴얼은 있었지만 이를 현장 상황에 맞는 물리력 사용기준으로 삼기에는 빈틈이 많았다고 한다. 일이 터진 뒤 허겁지겁 나오긴 했지만 통일된 기준과 구체적인 지침이 만들어져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논란은 남녀 경찰관이 취객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여경이 취객에게 밀리고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수갑까지 채워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격화됐다. 여경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매뉴얼을 어긴 게 아니고 수갑을 채우라는 지시는 시민이 아니라 교통경찰관에게 한 것이라는 경찰 당국의 설명으로 어느 정도 해명은 됐다. 그러나 여경의 체력이 부실하니 체력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불거지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고 경청해야 할 지적도 있지만 이번 논란은 경찰의 물리력 행사 기준 및 체력 기준 개선이라는 숙제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는 예측 불허의 갖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명문화된 기준으로만 해결될 일은 아니겠지만 선제적인 매뉴얼 보강 작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체력 부실 논란과 관련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체력 기준을 현실에 맞게 끌어올린다고 했다. 그보다도 이번 논란에 자리한 본질적인 과제는 경찰이 물리력을 어떻게 행사해야 '과잉 대응' 또는 '소극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냐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 기본 업무 매뉴얼은 필수지만 매뉴얼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이 긴박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기준 마련에 그치지 말고 현장에서 즉각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판단력과 순간 조치 능력을 키우는 노력이 경찰에 요구된다.'

경찰에 궁극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매뉴얼 완성도 수준을 넘어 근본적으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갈수록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더욱 자신감 있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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