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업무 이중고, 소비자는 계산 시간 늘어... 무인계산대 실효성 의문

▲ 한 고객이 이마트 무인계산대에서 직접 상품을 결제하고 있는 모습.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시작해 현재 국내 총 점포 142곳 가운데 60곳에 무인셀프계산대를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원이 고객의 계산을 대신 해주는 경우가 많아 업무 강도가 배로 증가하고, 소비자는 혼잡한 구매환경과 장시간의 대기로 인해 무인셀프계산대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이하 이마트노조)가 진행한 ‘셀프계산대 운영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인 셀프 계산대에서 고객의 계산을 대신 해주었다?’라는 질문에 응답자 440명 중 84.1%가 ‘예’라고 대답했다.

카드 전용인 무인계산대에서 상품권과 현금으로 결제하거나, 쿠폰과 각종 프로모션을 적용할 때도 직원의 도움이 있어야 된다.

또한 주류 등 구매 연령이 정해져 있는 상품의 경우 반드시 직원이 신분증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은 늘 옆에 상주하고 있어야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무인셀프계산대는 그리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어르신에게 증가하는 무인계산대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또한 동일한 상품은 바코드 한 번만 찍고 수량 조절을 해야 하는데 고객 스스로 가능하지 않아 일일이 바코드를 찍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다.

낯선 무인계산대가 서툰 사람은 자연스레 결제 속도가 느려지고 이는 고객 개개인의 계산 시간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이마트의 무인화 가속 추세 속에 기계화에 사람의 노동이 밀려날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마트 측은 워라밸 문화 정착을 위해 주 35시간 근무를 도입하면서 점포 업무 효율화를 위해 무인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일자리가 줄어드는 직원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매년 양질의 일자리 1만명 채용을 약속했던 신세계의 정규인력은 지난해 12월 상장 계열사 정규직원 3만76명을 기록해 2017년 6월 대비 2천52명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무인 계산대로 인해 기존보다 적게 개방되는 계산대의 직원들은 계산을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들의 원성과 불만까지 응대하며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시대에 발맞춰 인간과 기계의 긍정적인 상호보완이 필요한 때지만, 무인계산대로 인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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