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지난달 미국해군이 2014년 훈련중 UFO를 발견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해군은 이에 대해 UFO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밝혀 UFO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고 한다.
조용하다가 뜬금없이 UFO가 뉴스에 나온 것이 이상하다. 그것도 발견 후 바로 보고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다가 몇년이 지난 후에 발표하는 저의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UFO 이야기가 나왔으니 평소에 UFO와 관련하여 품었던 생각을 글로 나타낼까 한다.

UFO는 비행접시라고도 하지만 정식 용어는 아니다. 영어로 Unidentified Flying Object의 약자로 미확인 비행물체라고 번역된다. 외계 행성에서 온 물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과학적으로 증명은 되지 않았다.
그런데 UFO라고 신고된 것 중에서 95% 이상은 잘못 본 것이라고 한다. 별똥별이거나 비행기, 인공위성 등으로 판명되었다는 것이다. 얼마전 밤하늘에 달과 목성이 붙어있는 장면이 연출되었는데 이를 보고 UFO라고 신고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억측에 의한 오해가 대부분이다.
나머지 5% 역시 확인만 못했을 뿐이지 외계에서 왔다거나 우주인이 타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확인이 안되는 이유로 비공개의 비밀작업이었을 수도 있고 우연히 벌어진 현상이라 단순히 기록이 없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얼마전 중국 발해만에서도 UFO가 나타났다고 하는데 비밀 군사훈련이라고 추측은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확인이 안되었다는 사실이다. 확인이 안되었기 때문에 온갖 추측이 가능하다. 논리적으로는 UFO 존재를 주장하는 측에서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UFO를 부정하는 쪽에서도 부존재를 입증하지 못한다. 철학에서 쓰는 불가지론(agnosticism)이란 단어가 가장 적합한 표현인 듯 하다. 경험하지 못한 것의 존재나 본질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UFO가 외계에서 온 물질이라는 가정은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올 수 있는 소재다. 그래서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확인하더라도 실생활에 당장 도움이 없지만 연구를 시도하거나 스폰서를 대는 사람이 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는 비행기를 타면 지상의 풍경을 즐긴다. 가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이다.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비행기로 이동하며 그랜드 캐년같은 대협곡을 구경했는데 구름없는 하늘위에서 생생하게 보였다. 육지에서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기도 한다. 누가 비행기에 탔을까 상상하면서 글을 쓸 소재를 구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흐려서 구름이 끼면 구경을 할 수 없다. 비행기 안에서나 육지에서 모두 마찬가지다. 요즘은 구름 뿐만 아니라 매연이나 미세먼지도 있다. 하지만 궁금하다고 비행기에서 내리거나 지나가는 비행기에 올라타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지의 존재 확인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이러한 제약은 많다. UFO의 실체 확인은 먼지나 구름보다 훨씬 고차원적이고 어려운 장애가 있어 이를 제거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이다. 이런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 개인의 스폰서로는 불가능하다. 나도 UFO가 진짜 우주에서 온 물체인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세금을 몇백만원씩 더 내면서 국가 차원에서 연구를 하라고 할 생각은 없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밝혀질 수도 있다. 먼저 과학이 발달하여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하여 몸의 뼈의 구조를 알 수 있게 하였고 이제 내시경을 통해 우리몸 내부를 자세히 관찰 할 수 있다. UFO실체도 이런 식으로 획기적인 과학에 의해 밝혀질지 모르겠다.
집요한 진상조사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어릴 때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네스호의 괴물’이나 ‘버뮤다 해협의 마의 삼각지대’는 집요한 추적 끝에 상업적인 호기심을 이용한 조작과 과장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UFO도 이런 식으로 밝혀질지 모르겠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밝히고 싶은 대상에는 UFO같은 과학적 호기심의 소재 뿐만이 아니라 미스테리한 사건의 내막도 있다. 진상규명 차원이다. 과거에 벌어진 사건들 중 이해가 안되는 미제사건이 많다. 중요한 사실이 가려졌거나 왜곡된 사건도 있다. UFO실체 만큼이나 밝히기 어려운 것도 있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밝혀지기도 한다. 의지를 갖고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도 있다. 또한 막상 밝혀내면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인 경우도 있다. 진상을 밝히는데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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