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을 두고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의 갈등이 심상찮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부·울·경 단체장들이 이슈화했고, 올해 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총리실 차원의 검증 필요성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지방자치단체장 교체 외에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이미 결정된 국책사업을 재검토한다니 대구와 경북이 발끈할 수 밖에 없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영남권 5개 광역 시·도의 합의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김해신공항 확장사업으로 결론났다. 역대 선거 때마다 주요 공약에 오를 만큼 ‘뜨거운 감자’였던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가닥잡기까지 사회적 갈등비용이 얼마나 컸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무려 10여 년이 걸렸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재검토 반대’ 의사를 불과 두 달 전에 공개 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들은 지난 20일 김해신공항의 적정성 여부를 총리실 검토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국토부가 그동안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여당 소속의 자치단체장 몇 명이 담합해 국가적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저력을 발휘한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윤종진 경북도 행정부지사와 함께 25일 국무총리실을 방문해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고, 재검증 문제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와 대구·경북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그동안 부·울·경의 김해신공항 검증을 예의주시하고, 수차례 대구·경북의 명확한 입장을 국토부에 밝혀왔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부·울·경 당체장들의 요구를 수용한 국토부의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날 전격적으로 국무총리실을 방문했다. 권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 추진과 김해신공항 재검증 수용·합의가 국가와 영남권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부·울·경의 재검증 요구를 재고하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특히 정치적 환경 변화를 이용해 국책사업을 뒤집으려 하는 부·울·경의 지역 이기주의 행태는 영남권 시·도민들의 분열과 갈등, 김해신공항 건설 표류 등으로 이어짐을 강조하면서 총리실 차원의 냉철하고 합리적인 정책판단을 당부했다.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건설특별위원회 소속 의원과 배지숙 시의장 등 10여명도 이날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정치적 이용 시도를 규탄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지역갈등은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 정치인들이 선거때만 되면 활용했던 영호남 갈등이 단적인 예다.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의 갈등은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갈등의 중재자가가 돼야 할 정부가 이러한 논란과 대립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총리실이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합리적 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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