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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마추어가 프로를 지배하는 현상지경진 소장 한국U&L연구소, 전 중등교장
   
남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남다른 열정과 전문성, 건강한 가치관을 가져야만 그 조직을 발전의 방향으로 나가게 할 수 있다.

만일 전문적 식견이 부족하고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지 못한 자가 지도적 위치에 있게 된다면 그 사회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조직 사회 운영의 기본 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지도하는 이상한 아마추어리즘 현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다수결의 원칙에서 다수 대중의 표를 획득한 사람들이 합리성과 전문성을 무시한 채 마치 점령군처럼 자신의 주장을 용감하게(?) 실행함으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호하는 가장 일반적 의사결정 방식은 다수결이다. 다수결이 현명한 결정이 되려면 투표에 있어서 표의 가치의 동질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민주적 의사결정 원리인 다수결이 중우정치(mobocracy)로 전락하지 않고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기능을 다 하려면 민주주의 이론가 C. Becker의 주장처럼 투표자 또는 의사결정 참여자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력, 정보, 관심이 공유되고 있어야 한다.

첫째,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삶이 유지할 수 있어야만 민주주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 1930연대 세계 경제 대공황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궁핍한 자에게 자유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미국 32대 F. D. Roosevelt 대통령의 호소문에서 배울 수 있다.

최소한의 안정된 경제적 삶을 누릴 수 있는 자들만이 분별력 있는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300불이었던 1970연대 초와 30,000불의 시대인 지금에 똑같은 잣대로 민주주의의 가치와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발상의 오류라 할 수 있다.

둘째, 공공의 정책 문제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의 의견을 결정하기 전에 먼저 일정한 양의 관련 정보와 지식을 가져야 한다. 잘못된 정보 또는 부족한 지식은 판단의 오류를 범하게 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정부의 공공 정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무엇이 바람직한 방향인가를 먼저 살핀 후 자신의 의견을 결정해야 하나, 처음부터 찬반의사를 결정해 놓고 상대방의 주장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 풍토에서는 민주주의가 꽃필 수 없는 것이다. 이념 편향으로 경도된 자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심해진다.


셋째, 공공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자가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무관심한 자에게 결정권을 맡긴다면 문제 해결 가능성은 그만큼 더 멀어진다. 시민이 그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공 문제에 무관심하면, 권력자들은 자의적 판단에 의한 결정을 선호하게 된다. ‘무관심을 독재를 낳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민주정치의 기본 원칙이다.

자유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오로지 다수 국민의 의견에 따라 정책이 결정된다고 하여 반드시 바람직한 결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물질 만능주의 풍조가 만연하면 금권 정치(plutocracy), 소수 엘리트만을 우대하면 새로운 형태의 귀족 정치(aristocracy), 정보 통신 기술이 지나치게 강조하면 기술 지배 현상(technocracy), 행정국가화 현상에서는 행정 지배 현상(administocracy), 대규모 조직을 선호하면 관료제 현상(bureaucracy)이라는 오류는 언제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적 갈등이 다원화된 경우에 다수결의 원칙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①모든 구성원이 소속 집단의 발전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어야 하고, ②집단의 발전 관련 문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하며, ③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열정과 관심이 공유 소통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의 충족을 위해 국가는 교육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므로 의견의 충돌이 있을 때, 먼저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의견 일치점을 명료화한 후(unity in essentials), 일치점이 확보된 상태에서 세부적 부분에서 의견의 차이를 수용하고 상대방에게 관용할 수 있어야 한다(liberty in non-essentials). 물론 찬반 양팀 모두 그 소속 집단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 그러하다(charity in all things).

예컨대 만일 정통성 있는 대한민국의 과거 정부 정책에 대하여 공과를 분석한 후 공(功)은 받들어 그 정신을 계승하고 과(過)는 반복하지 않도록 맑은 정신으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오로지 비난과 청산에만 전념한다면 그 국가는 미래를 향하여 건강하게 달려갈 수 없게 된다.

대중 인기 영합 정책을 남발해 다수의 표를 얻어 집권하게 되었다 할지라도 책임 있는 정부라면 미래의 희망을 향하여 경제, 안보, 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활력을 살려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놀자, 공부하지 말자’라고 외치고 교사가 그에 동조 편승해 인기 영합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결과적으로 오히려 인기를 얻지 못하고 세월이 흐를수록 대다수 학생은 그 선생님을 진정으로 존경하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조직의 발전에 관한 전문성과 관심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다수의 인기를 얻어 정책결정권자가 된다면 민주 정치(democracy)가 아니라 그야말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염려하던 중우 정치(mobocracy)의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현대 다원주의 사회에서 일반인(generalist)인 아마추어가 전문가(specialist)인 프로를 지배하는 기(奇)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아마추어 바둑고수가 프로 바둑 선수에 대하여 바둑 기술을 지도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 정책결정자의 지위에 있는 자들이 특정 정치 이념으로 편향된 자들만으로 구성된다면 ‘아마추어가 프로를 지배하는’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된다. 이러한 조직은 독재 정치(autocracy)와 중우 정치(mobocracy) 사이를 왕복하는 방황 현상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시민이 더 이상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분별력 있는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하며 지금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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