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회식 줄고 요식업계는 울상…숙취해소제 판매는 증가

▲ 포항북부경찰서가 숙취운전을 단속하기 위해 출근길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1. 대구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A(38)씨는 회식 때 차량을 회사에 두고 회식에 참석한다. 윤창호 법 강화 전에는 대리운전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가면 됐지만, 강화 후에는 다음날 출근길 숙취운전으로 단속에 걸릴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A씨는 회식 다음날이면 번거롭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2. 경북 포항시 상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57)씨는 최근 썰렁해진 가게 분위기에 울상을 짓고 있다. 불경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창호 법까지 강화되면서 직장인들의 이른 귀가 행렬로 매출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이미 직원 한 명을 내보냈지만 이 같은 매출이 지속되면 남은 직원도 내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B씨의 한숨은 깊어져 간다.

#3. 대리운전을 투잡으로 뛰는 C씨는 오히려 대리운전 건수가 이전보다 줄었다고 말한다. 법 개정 이전에는 대리운전으로 귀가를 하면 됐기에 마음놓고 마셔도 됐지만, 이제는 출근길 숙취운전으로 단속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아예 차량을 두고 다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차량을 두고 다니는 운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대리운전 업계도 반짝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0.05%에서 0.03%로 강화한 ‘제2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일주일을 맞아 일상 속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음주운전에 적발될 수 있는 수치인 0.03%는 음주문화도 바꾸고 있다.

직장인 회식자리에서 이전의 ‘부어라 마셔라’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도로교통법 강화로 회식 자리가 줄었고, 회식을 하더라도 1차에서 밥만 먹고 귀가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 술을 권하던 문화를 이젠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확 달라진 술자리 문화로 요식업계와 주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단체 예약이 이전보다 줄었고, 예약이 있더라도 오후 10시 이전에는 회식을 마무리하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쌍용 사거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D(36)씨는 “1차로 고기를 먹고 2차로 오던 직장인 손님 발길이 뜸해졌다”며, “귀갓길에는 대리운전을 부르면 되지만, 아침 출근길 숙취운전 단속에 걸릴까 싶어 이전처럼 술을 많이 안 마시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반짝 특수를 노린 대리운전업계도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윤창호 법 강화로 대리운전 증가를 기대했지만 숙취운전을 우려한 운전자들이 아예 차량을 두고 다니면서 오히려 대리운전이 줄어든 것 이다.

이와 달리 택시 업계는 오전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손님들이 숙취운전 단속에 걸릴까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경우가 늘어 특수 아닌 특수를 노리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요식업계와 대리운전 업계와는 달리 숙취해소제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3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숙취해소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같은 기간 매출이 10.1% 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취해소제의 매출 증가는 술 마신 다음날 숙취운전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한 소비자의 노력으로 보인다.

‘제2 윤창호법’ 시행 초기 단계지만 경찰이 음주 단속을 강화하고, 음주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면서 한 잔이라도 마셨으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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