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 오른 시간당 8천590원으로 정해졌다. 월 환산액(주 40시간 기준, 월 209시간)은 179만531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새벽 노사 양측이 각각 제시한 최종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사용자 안 15표, 근로자 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 안을 채택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시간당 8천880원을 최종안으로 내놓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최저임금안은 다음 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고시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결정한 인상률이 16.4%였고, 둘째해엔 10.9%, 이번에 2.87%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으니 확연한 속도조절이다. 더욱이 최저임금제도 시행 후 1999년과 2010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이는 최근 어려운 경제 현실에 대한 공익위원들의 공감대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은 실질임금의 감소를 의미하는 '참사'라며 총파업 등 전면 투쟁을 예고했다. 자영업과 상공인 등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삭감이 아닌 인상된 것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최저임금 결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은 30% 가까이 오르면서 부작용이 예상외로 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 취약계층을 고용시장에서 밀어냈고 이것이 가계소득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만들었다.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시장의 수용성을 넘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순작용보다 부작용이 크다면 최저임금 속도조절은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미 임기내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 이행이 어렵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경영계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4.2% 삭감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고용부 추산으로 내년 최저임금 2.87% 인상으로 임금을 올려야 하는 노동자는 최대 415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일하는 사람 5명 가운데 1명꼴로 최저임금 대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니 웬만한 중소기업에는 아무리 낮은 인상률이라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이 그동안 많이 올라 중위임금의 60% 수준에 가 있는 만큼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다. 노동계가 불만이 있겠지만 이번 결정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들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중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지난해 15.5%다.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는 것이다. 정부가 저소득 노동자들을 정말 걱정한다면 최저임금 인상률에만 신경 쓰지 말고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