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을 결정한 환자는 6월 말 현재 5만3900명이다. 지난 2월 3만6000여명에서 불과 4개월만에 2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또 6월말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도 25만6025명으로 지난 2월의 11만명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기하급수적인 증가라 할만하다.

연명의료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지난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중증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의사가 2004년 6월 대법원에서 살인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 연명의료는 철칙으로 인식돼 왔다. 의사들은 환자가 원해도 치료를 중단하지 않았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환자들이 늘어났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이 1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이던 할머니의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했고 2016년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일명 ‘웰다잉법, 존엄사법’ 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명치료 중단이 합법화되자 존엄사 결정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절실했다는 반증이다. OECD 국가 평균보다 약 4배 빠른 우리의 고령화 속도나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 노인 90% 이상이 연명의료를 반대하는 성향을 감안할 때 앞으로 존엄사 결정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요양원, 요양병원에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을 우리는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이제 죽음을 목전에 두고 거쳐 가는 관문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치료가 아닌 연명은 삶에 있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국민 대다수는 알고 있다.

이제 후속대책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연명의료 중단과 연계해 심장정지 후 장기기증 활성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심장정지가 예측되는 환자에 대해 유가족 동의를 얻어 심장정지 후 장기기증이 이뤄지려면 의학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심장정지 후 수분만 흘러도 산소 공급이 안 돼 장기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의학계는 법적 보완만 이뤄진다면 심장정지 후 장기기증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호스피스 병동의 확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품위있게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법률뿐 아니라 해당 인프라가 동반돼야 한다. 모든 것을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