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다시 휴지기에 접어든 인상이다. 6월 임시회를 빈손으로 끝내고 일부 상임위만 가동하고 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7월 임시회 소집 등을 논의했으나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서로 자기 정당 의견만 고집한 탓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처 철회를 촉구하는 대일 결의안만 상임위에서 처리하는 데 그쳤다. 본회의 의결을 통한 전체 의사 결집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 활성화와 재난 대응, 그리고 대일 수출규제 대처에 필요하다고 정부가 밝히는 추가경정예산안도 처리하지 않았다. 국회로 넘어온 지 90일째다. 2017년과 2018년 추경안 처리에는 각기 45일이 걸렸다고 하니 딱 두 배다. 안팎의 정세가 엄중한데, 국민대표들이 모인 입법부가 이래도 되느냐는 주권자들의 탄식이 들려온다.

국민대표들은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상대 당에 책임을 돌리며 공방에만 열을 올리니 볼썽사납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일본을 위한 엑스맨이라고 하고, 한국당은 민주당에 '일본 팔이'를 중단하라고 한다. 민주당은 관례대로 추경안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처리하는 게 맞는다고 보고 대일 결의안도 초당적 협력 사항이므로 조건 없이 본회의 의결을 하는 게 옳다고 판단한다. 반면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함께 추진한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또는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에 관한 국정조사를 수용해야 민주당의 그런 요구에 응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전임 정권 때 여당이던 한국당은 당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다섯 차례 받아들였다는 근거도 덧붙이며 민주당이 줄 것은 주지 않고 받을 것만 받으려 한다고 보는 것이다.

양대 정당의 상반된 인식과 태도는 국회 공전이 당분간 지속하리라는 어두운 전망으로 이어진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추경안 처리도, 대일 결의안 본회의 채택도 기약 없이 표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추경안은 고사하거나, 지나친 늑장 처리로 기대 효과가 크게 꺾일 가능성이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다듬어야 할 시기인데, 올해 편성된 추경예산이 확정되지 못해 집행되지 않고 있다니 이게 무슨 꼴인가. 국회 전체의 의사가 모이지 않은 대일 결의안은 또, 일본에 웃음거리가 되진 않을는지 우려된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불매 운동이며 여행 자제며 다양한 형태로 대일 결속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생각하면 국회의 모습은 참담하다. 양보가 쉽진 않지만 여야 원내 지도자들은 일정한 냉각기를 가진 뒤 다시 대화와 타협으로 난국을 돌파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길 촉구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첨예한 대일 전선은 국내 여야 정치인들에게 친일이냐, 반일이냐로 싸울 한가함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방법론을 두고 다툴 땐 다투더라도 때로는 국익을 고려하여 강약을 조절하는 전략적 마인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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