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건강한 이혼은 아이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힘이 있다. 부부가 함께 살다가 어쩔 수 없이 협의이혼의 길로 간다면 더 이상 험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만남도 아름답지만 헤어지는 것은 더 아름다워야 한다. 부부가 살면서 왜 아픔이 없고 고통이 없겠는가? 그러나 이런 아픔들이 더 큰 상처가 되지 않도록 서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다면 아이들은 좀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이혼하는 가정의 아이들일지라도 부모와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난 아이들은 오히려 더 책임감이 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의 이혼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약자들을 이해하는 마음의 폭이 넓어진다. 또한 관계 맺기 능력으로 사회성이 발달하는가 하면, 주어진 현실에 더 잘 작 적응해가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 일컬어 아이들의 ‘적응유연성’ 이 높아진다고 한다.

‘적응유연성’이란 발달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그 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 인생은 가난과 질병,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 부모이혼, 실직 등 크고 작은 난관을 만난다. 이런 일을 만날 때, 효과적으로 그 불행한 사건과 그 사건에서 부정적인 정서에 대처하는 능력이 ‘적응유연성’ 이다. 당연히 적응유연성이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므로 이혼하는 부모일수록 아이들에게 따뜻한 부모가 되어야한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아이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돌봐주고 챙겨주면서 사랑을 듬뿍 줄 수 있어야 한다. 이혼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약속을 꼭 지켜야한다.

첫째, 부모가 아이 앞에서 싸우지 마라. 부부 중 한쪽에서 아무리 실수를 하고 잘못을 했더라도 그것은 부부의 문제일 뿐,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한쪽 부모이다. 부부싸움은 아이들에게 불안, 두려움, 분노, 좌절을 심어준다. 이것은 아이들의 성격이나 정서에 일생동안 나쁜 영향을 준다. 따라서 충분한 대화를 통해 협의이혼을 하는 것이 좋다. 서로 협력적인 이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우자는 이혼 후에도 소중한 아이들을 위한 양육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둘째, 부모가 함께 자녀에게 현재상황과 이혼에 대해 알려주라. 아이들은 부모 이혼이 자기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가 이혼함으로 언젠가는 자기들도 버림을 당할 것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따라서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급작스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자녀의 눈높이로 설명해주어야 한다. ‘절대 네 잘못이 아니다’ ‘이혼하더라도 너희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거야‘ 라고 말해주고, 아이의 기분을 물어 아이가 충분히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이혼 후의 계획은 물론 어떤 궁금한 질문이든 성실하게 반복해서 말해주어야 한다.

셋째, ‘사랑한다.’ 고 자주 말해 주라. 엄마 아빠 이혼이 너 때문이 아니다. 엄마 아빠는 이혼 하더라도 필요할 때마다 항상 네 옆에 있을 것이다. 너를 여전히 사랑하고 보살 펴 줄 것이다.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너를 사랑한다.’ 는 말을 자주 해 주어야 한다.

넷째, 함께 살수 없지만 자주 만나고 많은 대화를 하라. 부부의 이혼이 자녀와도 이혼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는 부모 모두가 필요하다. 특히 어릴수록 한쪽 부모와의 단절은 치명적인 인격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정기적으로 혹은 규칙적으로 면접교섭을 해야 한다.

다섯째, 양육친은 자녀가 비양육친을 편안하게 만나도록 배려해주라. 싸우는 부모 사이를 오가는 면접교섭은 심한 경우 오히려 아이에게 또 다른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문제를 유발 할 수 있다. 부모가 서로 우호적이라고 느껴져야 자유롭고 편안하게 오갈 수 있고 아이다운 모습으로 성장 한다. 아이들이 부모 눈치를 보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어야 한다.

여섯째, ‘내 아이는 괜찮아’ 라는 생각을 바꾸라.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 아이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마음의 상처는 크게 자리 잡는다. 이혼은 부모보다 아이들에게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아픔인 것이다. 아이들이 겉으로는 조숙하고 모범적으로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먼 훗날 자신의 결혼생활에도 실패 할수 있다. 부모는 아이들의 감정과 행동을 잘 살피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

이혼은 자신이 실패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에게 부모라는 이름은 아름답게 지켜 낼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더 많이 대화하고 돌봐주고 사랑해 준다면 우리 아이들의 적응유연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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