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스마트시티가 21세기를 특징짓는 새로운 도시임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Iot, Blockchain, AI 등과 결합된 ICT의 발전으로 도시는 더욱 스마트화되어 갈 것이다. 건물, 주거, 인프라, 장비 등 도시 구석구석이 네트워크되고, 각 사물과 활동들의 상태 및 변화에 대한 데이터가 수집·분석·컨트롤됨으로 인해 스마트빌딩·스마트카의 작동은 물론이고 도로, 주차, 상하수도, 에너지 등의 기능들이 스마트하게 조정되는 곳이 스마트시티이다. 더 나아가 스마트시티에서는 금융·의료서비스첨단화, 사고·재해의 예방·해결 등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제사회이슈들의 조정·해결도 얼마간은 용이하게 될 것인데, 현재 많은 이들이 스마트시티를 이보다 더욱 발전된 ‘환타지 아일랜드’로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과거 한 미국드라마의 제목이다. 한 리조트회사가 신청자들이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과거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는, 사실 진짜 과거가 아니라 수십년 전의 환경을 그대로 로맨틱하게 꾸며주어 신청자가 며칠 동안 과거를 회상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내용이다. 이 환타지 아일랜드는 지극히 제한적인 환타지를 그릴 뿐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리는 미래의 스마트시티는 더욱더 다양한 모습의 ‘유토피아’일 것이다. 필자도 몇 년전 지역신문칼럼에서 역사상 나타나거나 이루려 노력했던 유토피아 이야기를 다룬 적 있다. 이는 이상향인 ‘샹그릴라’에서부터 ‘대니얼 번햄’이나 ‘노먼 크룸홀쯔’가 주장하는 ‘우리의 노력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 의지로 설명될 수 있는 ‘유토피아니즘’에 바탕을 둔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 하에 이루어지는 ‘현대도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다. 필자도 학생들에게 우리 현대도시의 다사다난함과 이를 이끌고 고쳐가기 위한 다양한 도시 관련 정책·계획·기술들이 유토피아니즘에 바탕을 둔 행위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지자체, 도시 관련전문가, 그리고 시민들이 생각하는 스마트시티를 우선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ICT 등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 전자기기, 컴퓨터, 정보통신, 교통기관 등의 성능이 크게 발전되고 이로 인해 도시를 구성하는 주거·건물, 승용차 및 공공교통, 정보통신, 행정·사무·의료서비스 등이 스마트화되고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스마트폰 내지 다양한 인지기능과 함께 편리하게 활용되는 수준을 말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사실 한국을 비롯한 발전된 국가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크게 스마트화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이들이 통합적으로 연계된 종합적인 스마트시티를 이루고 있지는 못한데, 그 이유는 우리의 도시가 오랜 역사 속에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고, 시민들의 선호도, 소득, 생활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며, 스마트시티기술이 아직 진행·발전 중이며 비용이 막대하게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건이 갖추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집행하기 쉬운 요소들부터 스마트시티를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둘째, 개발도상국의 지자체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스마트시티는 이를 이루기 위한 현재의 다양한 기술적·재정적 여건들을 고려한다기보다, 이를 통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하에 지니는 구체적이지 못한 개념일 수 있다고 본다. 필자가 방문하는 많은 개발도상국가에서는 현재 스마트시티에 대한 궁금증과 알고자 하는 욕망이 매우 커져 있다. 물론 스마트시티를 이루기 위한 기초적인 인프라는 물론이고 재정적인 여건도 갖추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관련 업체들의 상업적인 홍보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도 보아지는데, 이를 전적으로 나쁘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 나라의 급박한 사안들을 생각해 볼 때 이와 같은 접근이 맞느냐는 것이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빈곤, 그리고 소득격차·지역격차 심한 개발도상국에서 스마트시티개발이 자칫 그 도시와 국가를 더욱 두드러진 양극화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스마트시티가 농업을 포함한 산업개발과 배우지 못한 국민들의 직업제공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물론 나라가 발전함에 따라 스마트시티는 부분적으로 시작되더라도 차차 이루어져 나갈 것으로 믿고는 있다. 하지만 자체의 힘으로 빠른 세월 내에 이를 이루기는 힘들 것이므로 국제기구나 선진국 관련 기관에서도 이러한 사안들을 좀 더 숙고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선진 각 나라들이 제4차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고 이와 연계된 주요요소의 하나이자 견인차가 될지도 모르는 스마트시티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몇몇 국가지원 시범도시 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들이 이에 관심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경우만 해도 30개 도시에서 ‘알리페이’가 전자결재기능을 넘어 금융, 보험, 의료, 교통, 행정서비스를 포함한 각종 생활편리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우리가 부러워하지만, 아직은 이러한 부분적인 사업들이 주종이며 ‘환타지 아일랜드’ 같은 종합적인 스마트시티를 기획·집행하는 곳은 없다. 그 이유는 이미 언급했듯이 재정문제도 크고, 관련 테크놀로지도 덜 개발되었고, 자칫 지나친 비인간중심적 컨셉으로 진행될 수 있음에 대한 사회전반의 걱정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시민들이 그 혜택을 향유하고 그들의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는 스마트시티가 한국에 그리고 이것이 필요한 모든 나라에 이루어지려면, 우선 이를 기획·실행하기 위한 재정과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또한 새로운 미니멀리즘적인 삶의 방식과 나눔에 대한 경제사회개념들이 좀 더 강하게 결합되어 빈곤과 지역격차가 앞뒤 좌우에서 해결됨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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