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인접한 강원 접경지역 양돈 농가는 물론 경북과 대구 등 전국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긴장하는 이유는 ASF가 그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이 병에 감염된 돼지는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백신이나 치료약도 없기 때문에 일단 감염이 확산되면 그 피해가 구제역을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병이 지난해 아시아 지역과 중국을 거쳐 올해 5월 북한에 상륙했을 때 방역당국이 예방에 만전을 기했지만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방역당국은 발병 농장 돼지 4천700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전국에 48시간 동안 가축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기도의 돼지 반출을 일주일간 금지했고, 전국 양돈농가 6천309호의 일제소독과 예찰을 진행 중이다. 경북도는 도내 유입을 막기 위해 돼지 반입과 반출을 3주간 금지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하지만 냉동상태에서도 최장 1,000일이나 생존하는 ASF 바이러스의 특성상 단기적 ‘일시정지’ 조치만으로 ASF 퇴치를 기대할 순 없다.

이 병이 확산되면 1천200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전국의 양돈 농가가 직격탄을 맞는다. 이 병이 휩쓸고 간 중국은 돼지고기 가격이 40% 폭등했을 정도로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이 병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연천의 모든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또한 파주와 연천지역 학교 운동회 및 체험학습을 비롯해 도내 교육기관의 각종 행사가 잇따라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준다.

앞으로 일주일이 고비라고 한다. 방역당국은 방역저지선을 최대한 넓게 설정하고 경북과 대구 등 지자체도 발생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감염 확산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국민들도 차단 방역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해외 불법 축산가공품 반입을 자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여전히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조건에서 사육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가축 및 가금류 농가들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잔여 음식물의 돼지 급여를 중단하는 체계를 완벽하게 만들어 놔야 한다. 일시적인 방역과 살처분, 매립 등 단기적인 조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가축전염병이 없는 ‘청정국가’를 만드는 장기적인 플랜으로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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