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 선생의 이름을 따 지은 광장과 누각 등 명칭을 갑자기 동네 명칭으로 변경해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전임 남유진 시장 시절 주민공청회를 거쳐 결정한 '왕산광장' ‘왕산루’ 명칭을 지역명인 산동면을 따서 ‘산동광장’과 ‘산동루’로 바꿔 논란을 부르고 있다. 특히 구미시는 처음 이름을 정할 때처럼 주민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변경했다. 다만 "산동면 주민들이 명칭을 지명으로 변경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해 변경했고, 이를 한국수자원공사에 통보했다"는 궁색한 변명만 하고 있다. 지자체장의 뜻에 따라 변경한 것이 아닌지 충분히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왕산 허위 선생 가문은 3대에 걸쳐 1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구미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업적을 알려야 한다. 서울시도 동대문구 신설동역오거리~시조사삼거리를 잇는 3.2㎞ 도로를 '왕산로'로 지정해 그의 독립운동 활동을 기리고 있다. 구미시는 남유진 전 시장 때 주민공청회 등을 열어 물빛공원의 광장, 누각, 동상 명칭을 선생의 호인 왕산을 따 짓기로 결정했다. 구미의 역사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다. 물빛공원은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사업단이 국가산업4단지 확장단지에 조성한 근린공원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3만㎡의 물빛공원에 왕산광장(8천㎡)과 누각 왕산루, 독립운동가 14인의 동상을 완공했다.

광장과 누각의 명칭이 바꾸기로 하자 왕산 허위 선생의 후손은 물론 지역 시민ㆍ사회단체는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사)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전체 시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미경실련 등 사회단체도 성명을 내고 명칭 변경 반대 입장을 밝혔다. 허위 선생의 친손자 허경성(93)옹도 20일 구미시청 앞에서 왕산광장과 왕산루 등의 명칭을 원안대로 추진하라는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구미시가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각 지자체마다 시설을 설치할 때 주민은 물론, 외부인의 발길을 끌기 위해 명칭에 특별히 관심을 쏟는다. 산동면 일부 주민이 '산동'의 지명을 내세우는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명칭을 정하거나 변경할 때는 정당한 절차와 지역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전임 구미시장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후대에 물려 줄 유산이기 때문에 시장이라고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구미시는 납득할 만한 절차를 거쳐 명칭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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