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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산책]내벗이 몇이고 하니신재일 수필가
   
내벗이 몇이고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이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학창시절 윤선도의 오우가를 외우며 자연을 벗삼은 신선과 같은 삶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생활을 실제로 할 수는 없다. 이시를 쓸 당시 윤선도는 유배를 살고 있었다. 말이 좋아 자연을 벗삼는 삶이지 사실은 외토리로 사는 것이다.
사람은 무인도에서 혼자 살 수는 없다. 친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격이 없는 자연물과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윤선도에게도 친구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엿한 양반계층이니 유력한 친구도 많았을 것이다. 다만 유배생활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적었을 뿐이다.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두 적이 되지는 않았을 테지만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에 맞는 친구는 만들기 어렵다. 공유하는 부분이 많고 비슷한 수준이라야 된다. 감정을 나누는 공감대도 필요하다. 내가 필요할 때만 찾는 일방적이 되어서는 안되고 서로 주고 받는 것도 필요하다. 수석과 송죽, 달은 그냥 일방적인 관계는 가능하지만 교류를 하는 친구가 아니다.
그러면 도대체 몇 명의 친구가 적당할 것일까? 당장은 자기편이 되는 친구가 많을수록 좋다. 특히 폐쇄된 조직에서는 친구의 숫자에 따라 권력 지형이 변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입사동기 같은 친구가 많으면 유리하다.

그러나 친구를 너무 많이 사귀어도 문제가 된다. 모든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윤선도는 일방적인 친구마저도 주위의 모든 사물이 아닌 다섯 개의 사물만 친구로 삼았다.
친구간에도 일정한 거리가 필요한데 거리가 너무 없으면 서로 피곤하다. 학창시절 친구와 사귀느라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사회에서도 너무 많은 친구를 사귀면 실속이 없다.
위치에 따라 친구관계를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고독해진다. 여러 동료들 중 한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나머지 사람과는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요즘은 실제로 만나지 않고도 SNS를 이용하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대면이 없으니 상처를 받지 않고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정도의 문제이지 피곤한건 마찬가지다. 페친, 트친이 수백명, 수천명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관계를 유지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이 과연 진정한 친구인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SNS피로증이란 말도 있다. SNS를 보면 다른 사람들은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해 보여 화가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SNS에서도 왕따가 있다. 어떤 단톡방에서 사이버 왕따에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반려동물을 친구로 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에게 당한 배신과 같은 스트레스가 없으니 좋다는 것이다. 물리는 사고가 심심찮게 보도되는데도 개를 기르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이런 반려견이라도 없으면 정말 외톨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반려견과의 관계는 인격적인 교류가 안된다. 일방적인 관계다. 윤선도의 수석과 송죽과의 관계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반려견을 기르려면 실제로 돈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그냥 쉽지만도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도 요즘 친구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음을 느낀다. 주말부부라서 주중에는 아무도 없는 숙소에 들어가기 싫다. 저녁시간을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한데 직장 동료들이 한두번은 만나줄 수는 있지만 매일 만나주지는 않는다. 친구가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반대로 주말에 집에 와서는 집안 일이 많다 보니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이 어렵다. 가족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도 어렵다. 각종 모임에서 충실하지 못하다 보니 옛날부터 사귀던 친구들과도 소원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친구가 없이 지낼 수는 없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주중에는 나도 내가 필요할 때만 찾아도 되는 수석과 송죽 같은 비인격적인 친구를 만들려고 시도를 해보았다. 취미생활을 친구 삼아 보았다.
그러나 이런 친구들 사귀는 것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쉽게 만들 수는 없었다. 취미생활도 그냥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우가의 끝 소절이 생각난다.
두어라 이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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