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지난 14일은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일이었다. 수능을 치르는 딸이 있어 수험장까지 태워다 주었다.
언제부턴가 수능 일만 되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현상이 있어 수능한파란 말이 나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한파가 온다고 했다. 확실히 전날보다는 쌀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다행히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기온이 영하로 까지는 내려가지 않아 얼음이 얼지 않았다.
다만 전날부터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이 도로에 많이 깔려 있었다. 말 그대로 추풍낙엽이었다. 시험을 앞두고 보는 낙엽은 좋은 느낌이 아니다. 한가롭게 낙엽을 밟으며 낭만을 즐길 수는 없는 것이다.
아른 아침이라 본격적으로 청소를 하지 못했는지 너무 어지럽다. 짧은 시간에 다 치우기도 어려워 보인다. 바람에 날라는 나뭇잎들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수능한파란 말에 대칭되는 수능낙엽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요즘 가로수가 많아졌다. 10년전쯤 부터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로 삭막해진 도심에 가로수를 많이 심었다. 도로 뿐만 아니라 공공건물 마당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도 조경수가 많아졌다.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어 멋있는 풍경이 연출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가로수가 심겨진 환경을 보면 나무뿌리가 있는 자리만 빼고는 모두 콘크리트 바닥이라 떨어진 낙엽은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쓰레기가 된다. 특히 은행나무와 플라터너스는 나뭇잎이 많아서 해마다 11월이 가까워 오면 이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도로 가장자리와 인도를 점령한다.
그러나 청소할 인력이 부족하여 바로 치우지 못하고 있다. 가을 한철에만 쓰기 위해 추가로 뽑을 수도 없다. 외곽이나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는 곳에는 오랫동안 낙엽들이 쌓여있다.

이런 낙엽을 자원으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야생 상태에서는 낙엽이 이듬해에 나무가 자라기 위한 거름으로 변하는 등 나름대로 역할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의 가로수에서는 불가능하다. 다른용도로 쓰기 위해서는 온전하게 모으기도 어렵지만 제대로 모은다고 하더라도 매연에 오염되어 활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수능일에 많이 나오는 것은 낙엽뿐이 아니었다. 선물로 주고 받은 초콜렛이나 엿, 인절미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많았다. 며칠 전 빼빼로데이에 주고받은 과자에서 나온 포장지도 있다. 이런 것들은 행사용으로 과대포장되어 폐기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보니 이런 포장지들이 수북이 싸여 있었다.
시험이 끝났다고 그대로 버려진 수험 서적이나 자료도 많았다. 폐지도 문제지만 수험서에 들어 있는 내용들은 그냥 쓰레기로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다. 배우고 익히기 위해 혼신을 쏟았을 텐데 시험 후에는 다시 알 필요가 없는 것처럼 버려진다. 이런 지식들도 낙엽처럼 재활용되기 어려운 것인가.

또한 시험을 마친 수능생들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다. 많은 수험생은 시험 준비의 고통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일부 낭패를 본 수험생은 절망감에 일탈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시험이 무난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불수능이라는 표현도 있어서 운명이 이상하게 결정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능이 전부는 아니다. 이후에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그리고 대학입학이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임에는 분명하지만 인생은 한번의 실패로 포기하기엔 너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대입제도에 대하여 정시확대 등과 맞물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잔인하다며 1년에 수능을 두 번식 치르게 하자는 말도 나온다. 무엇이 해답인지는 수능문제의 정답보다 더 구하기 어렵다. 교육개혁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그동안 실시되었던 수많은 정책들의 잔상이 낙엽처럼 어지럽게 뇌리에 남아있다.

그런데 요즘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이벤트가 많다. 그러면 수능낙엽을 활용하는 이벤트는 없을까? 낙엽을 밟는 산책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낙엽을 치우는 아르바이트를 만든다거나…한번쯤 생각해볼 문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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