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중국에 가서 중국인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유심히 보는 것이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이 어느 회사 브랜드인지 유심히 살펴보고, 왜 그 제품을 쓰는지 물어보곤 한다. ‘화웨이’(华为)가 대세였다. 샤오미(小米), 오포, 비보 등의 중국내 유명브랜드들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애플(苹果) 아이폰은 5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삼성은 중국에서는 존재가 미미한 수준이었다.
10여년 전에는 샤오미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화웨이 독주 현상은 미·중무역분쟁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화웨이’ 죽이기 논란이 일고난 후에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화웨이’는 구글(Google) 엔진을 탑재하지 못하면서 세계시장에서는 위축됐지만 오히려 중국에서의 화웨이의 독보적인 위상은 두드러지고 있었다. 무역보복이라는 직격탄에도 불구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화웨이 점유비중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3/4분기 중국 온라인 스마트폰 시장의 46%를 차지했다.
‘중화주의’ 등 중국정부가 주도하는 민족주의와 애국마케팅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화웨이는 ‘늑대정신’이라는 기업정신을 자랑하면서 ‘중국의 삼성’이라는 호칭까지 받고 있는 중국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우뚝섰다. 통신장비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의 글로벌기업으로 자리잡았고 일찌감치 ‘짝퉁’같은 폴더블 휴대폰을 만들어 독일의 IFA에 진출한 것도 화웨이가 중국 최초였다. 삼성이나 애플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는 날도 멀지 않았다. 누구나 노키아나 모토롤라가 될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운영체제 탑재 거부는 중국소비자들의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애초부터 중국에서는 구글앱 사용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최신 ‘안드로이드’를 탑재하지 못하거나 유튜브 등의 구글 앱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이나 LG 혹은 애플 등 주요 휴대폰 제조브랜드의 독자적인 매장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가입자들이 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약정을 맺고 휴대폰을 구입한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와 다르다. ‘차이나모바일’이나 차이나유니콤, 중국전신 등 여러 통신사들이 시장울 주도하지 못한다. 화웨이 등 휴대폰 전문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은 선호하는 휴대폰을 구매한 후 각 통신사들이 프로모션하는 휴대폰 요금과 약정 등을 선택해서 가입하고 있다. 요금제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연간 2~300위안만 내는 저렴한 요금제가 있기도 하고 매달 200위안 이상 내기도 한다. 1GB(데이터)에 1천 원 정도를 내는 요금도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는 휴대폰요금을 약정한 금액만큼 후불제로 내는 반면 중국에서는 선불제로 요금을 낸다는 점이 다르다.

신중국을 살아가는 중국인에게 휴대폰은 삶의 동반자 이상의 존재다. 휴대폰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분증도 휴대폰이 대체할 전망이다. 중국정부는 지난 12월 1일부터 신규휴대폰 가입자의 얼굴스캔을 의무화했다. 지금까지는 신분증을 복사해서 제출하는 것 뿐이었지만 얼굴까지 스캔해야 한다. 휴대폰을 통해 모든 중국인의 얼굴인식을 통해 통제하는 ‘빅브라더’세상을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이미 휴대폰을 통해 지불하는 ‘페이경제’(위챗페이, 알리페이 등)가 모든 소비생활을 좌우하게 지배하게 된 데 이어 신분증명까지도 휴대폰을 통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는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도용당했을 경우에는 경제생활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신분까지도 증명할 수 없거나 도용당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년 전 개통해서 사용하던 중국휴대폰을 몇 달씩 요금을 내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가 정지되면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중국번호 대신 한국휴대폰번호와 위챗계정을 연동해서 중국은행 계좌에 일정 금액을 예치하거나 환전해서 위챗페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저께 갑자기 위챗페이 결제에 문제가 생겼다.
당장 ‘띠띠추싱’과 ‘모바이크’ 등의 이동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곧이어 위챗페이 결제과정에서도 인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결제를 하지 못하게 됐고, 은행계정에서도 신분확인을 인증받으라는 메시지가 뜬 후 예치된 돈도 아예 인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같은 불편을 더 많은 중국인도 겪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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