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혜 시인

사람 없는 공원 벤치
등이 둥근 남자 앉아 있다
가끔 고개가 움직이고
어깨가 귀에 가깝다

누구나 한 번은 찾게 되는 절벽
남자는 내려다보는 중인가
올려다보는 것인가

곁눈질하다 마주친 눈
붉다, 흔들린다
발소리 죽이며 걸어도
돌아보지 못하는 마음은
언젠가 본 것 같은 둥근 등 때문이다

우는 남자의 등은 부드럽다
손이 간다
만져주고 토닥이고 싶다
세상의 남자들이 한번 씩만 울면
전쟁은 없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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