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자녀 관리 안 돼' 수업 효율성 걱정…교사들은 인터넷 연결 끊길까 우려

“아이들 온라인 수업 관리를 해주지 못해 걱정입니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포항에 사는 학부모 H씨(45·여)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3자녀가 모두 초등학교 2, 4, 6학년에 재학 중이다.

평소 스마트 폰 중독과 학습 부작용을 우려해 아이들에게 스마트 폰을 사주지 않았다. 가정에 노트북이 1대 있긴 하지만, 10년 간 사용해온 터라 화질이 떨어지고 속도도 매우 느린 편이다.

H씨는 온라인 개학에 맞춰 아이들 수업을 위해 노트북 혹은 스마트 폰을 장만해줘야 하는 처지다.

H씨가 더욱 우려하는 점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3자녀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다. 맞벌이를 하는 H씨 부부 형편상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을 집안에서 관리 지도해 줄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학교 내 신종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개학일은 6일에서 9일로 3일 연기했지만 온라인 수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 현장에서는 원격 수업에 대한 준비가 한창이고, 일부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시범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초·중·고 현장 원격수업을 진행해본 경험은 극히 드물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 발간한 '중등교육 온라인 개방형 교육체제 구축 방안' 연구보고서에 중·고교생 중 원격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0.3%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학생들이 낯선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시도되는 만큼 수업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운영 기준조차 처음 만들어진 상황이다 보니, 일선 학교 현장은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못 갖춘 상황으로 알려진다.

교육개발원이 2015년 '학교급별 교육정보화 인프라 현황' 분석에 따르면 학교에서 구매한 지 1년 이내 최신 컴퓨터 보유 비율은 초등학교 13.5%, 중학교 11.8%, 고등학교 11.3%에 불과했다.

구매한 지 1∼5년 된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초·중·고교의 55∼60%에 달했고, 구매한 지 5년이 넘은 낡은 컴퓨터를 보유한 비율도 30% 안팎이었다.

집에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온라인 수업을 들을 기기가 부족한 저소득 소외계층이나 다자녀 가정에 빠짐없는 기기 지원이 이뤄질지도 현재 미지수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수업을 시범 운영 중인 학교 학생들을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기기 보유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집에 형제가 있어서 각자 컴퓨터 사용이 어렵다거나, 휴대폰 데이터가 부족해 수업 참여가 힘들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교사들은 인터넷 연결이 끊겨 수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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