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장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으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을 꼽았다. 하라리 교수는 이들 국가는 광범위한 테스트, 투명한 정보 공개, 정보력 있는 시민들의 참여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사람들이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은 ‘비누 경찰'(중앙집권적 감시와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깨닫고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과학과 공권력(정부), 언론 등이 신뢰를 쌓으면 시민 사회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에 없던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맘때면 전국 꽃놀이 명소에는 상춘객들로 붐벼야 함에도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있으며 확진자가 발생한 사업장은 생산 가동을 멈추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하여 수많은 음식점과 관광, 숙박업이 직격탄을 맞고 사실상 한 달째 문을 닫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고용시장에서는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되고,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을 보더라도 이미 도·소매업종 취업자 수가 10만6천명이 감소하는 등 일시 휴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휴업·휴직 조치계획을 신고한 사업장은 1만7천866개소이며, 그 중 30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은 99.6%인 1만 7천795개소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경제쇼크가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1차적으로 집중되어 결국 우리 주변의 많은 이웃들이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

최근 공인노무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노동자 인권보호단체인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접수된 ‘직장 갑질’ 제보 773건 중 코로나19와 관련된 제보가 247건(32%)으로 약 3분의1을 차지했고 그 중 무급휴가 강요가 109건(44.1%), 연차 강요가 35건(14.2%)으로 흔했다”고 밝혔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맞이해 궁여지책으로 무급휴가나 연차 강요가 이뤄진 것이라고 보여지나, 노동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로 휴업하는 사업장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원 폭을 늘려 휴업수당의 최대 90%까지 지원금을 지급해 경영난을 해소하도록 하고 있으며, 전국의 모든 유치원, 학교 등이 개학일을 연기함에 따라 맞벌이 부부의 자녀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가족돌봄비용 긴급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코로나19의 충격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IMF위기와 금융위기를 온 국민이 하나 되어 극복해낸 DNA가 있다. 하라리 교수가 말했듯, 모든 국민들이 동심합력(同心合力)해 서로가 고통을 분담한다면 충분히 위기를 딛고 우뚝 일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식상한 말이지만 언제나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면 더 좋은 미래가 펼쳐지리라 믿는다. 지난달 17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제목과 같이 우리 한국은 코로나19를 조만간 이겨낼 참 이상한 나라(Korea, Wonderland?)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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