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문화관광해설사

▲ 남문 터와 바깥에서 바라본 왼쪽 성벽.
대전광역시 중구 대사동은 도시 중심부에 해당한다. 이 동네 한 가운데 야트막한 야산이 대전시민의 사랑을 받는 ‘보문산’이다. 우뚝솟은 해발 450m 시루봉이 주봉이다. 보물이 묻혀 있다고 해서 ‘보물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동네 나무꾼이 다 죽어가는 물고기를 살려주고 보물 주머니를 얻어 이런 이름이 생겼다고도 한다. 보문산 산줄기는 인근 11개 동(洞)에 걸쳐져 있다. 그리 높지 않고 험준하지 않다. 늘 가벼운 산행을 즐기는 시민들이 찾는다. 야외음악당과 전망대 등이 갖춰져 있다. 산자락 청년광장, 한밭도서관 등도 사랑받는 시설이다.

보문산성은 이 산의 남쪽 해발 406m 정상부에 자리하고 있다. 정상부를 마치 테를 두르듯 휘감아 전형적인 테뫼식 산성이다. 대전은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 간 접경지다. 백제 고도 공주와 부여를 방어하는 군사전략적 요충지다. 이 때문에 치열한 전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보문산성은 이 시기 백제가 쌓은 산성이다. 그런데 성벽 아래에서 청동기시대 후기 주거지 유적이 발견됐다. 또 민무늬, 덧띠무늬 등의 도자기 파편도 출토됐다. 처음 쌓은 시기는 백제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가능이 크다. 규모는 둘레가 300여 m에 불과해 다른 산성에 비해 비교적 작다. 대전시가지 주변에는 이와 비슷한 산성이 40여 개소에 이른다고 한다. 발굴조사가 안된 산성까지 더하면 무려 53개소나 된다. 가히 산성에 둘러싸인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보문산성은 군사전략상 가장 중요한 지점에 있다. 지형은 다른 고지대 산성과 상시 연락 가능하다. 시가지 건너편 질티재 북쪽 질현성과 고봉산성 등이 닿을 듯 가깝게 보인다. 사방은 깎아지른 암벽이다. 성문만 막아도 누구나 접근은 엄두도 못 낸다. 동북쪽은 직벽에 가까운 급경사다. 따로 성벽을 쌓지 않아도 방어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출입은 암벽 사이 일부 완만한 지형에 낸 길을 사용한 것 같다. 성벽은 지형에 따라 잘 다듬은 장방형 성 돌을 사용했다. 바깥을 조금씩 안쪽으로 들여가면서 쌓는 퇴물림 공법이 엿보인다. 퇴물림은 신라에서 보기 드문 백제나 고구려 방식이다. 성돌은 암반 또는 약간 푹 꺼진 지형을 따라 채웠다.

남문 터는 1991년 첫 발굴조사 결과 새롭게 확인됐다. 이 산성은 통행 흔적이 많은 북문 터가 주 출입구다. 남문 터 부근은 성벽 아래가 급경사지로 매우 위험하다. 성벽 외곽 둘레 길도 절반 이상 출입금지다. 산성 안 북쪽에는 우뚝 선 장대루가 위용을 자랑한다. 이곳이 가장 지대가 높다. 보문산성과 함께 대전광역시를 대내외 상징하는 누각이다. 위치 또한 북문 터 바로 옆이다. 정상 시루봉보다 동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다. 산 전체 풍광과 어우러진 절경이 드러난다. 위치는 정상 시루봉보다 동쪽으로 더 튀어나와 있다. 대전 시가지가 환하게 조망됨은 물론이다. 산 능선을 덜어내고 쌓은 성벽 일부 구간은 폭이 넓다. 그 위를 직접 걸어볼 수도 있다. 그리 높지 않고 단단해 잘 다져진 길 위를 걷는 느낌이다. 산성 남서 방향이 시루봉이다. 동북 방향으로는 철도공사 쌍둥이 빌딩, 한밭야구장, 종합운동장 등이 들어온다. 보문산성 주변에는 소중한 역사문화유적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그중 동쪽 마애여래좌상과 고려시대 폐사지 보문사지는 하산 길에 들릴만하다. 마애여래좌상은 폭 6m, 높이 6m 바위에 새겨져 있다. 높이 3.2m 크기로 고려시대 후기 불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산 길은 '보문산 행복숲길'과 이어져 있다. 이 길을 따라 한밭도서관 방향으로 가면 '청년광장'이 나온다. 청년광장도 보문산 등산로 출발점이다. 이곳 테마파크 '오-월드(O-World)' 방향 도로 왼쪽이 고찰 고촉사 입구다. 산길 400m를 걸어 들어가면 유명한 돛대바위와 미륵불바위가 나온다. 고촉사를 뒤로하고 계속 올라가면 주봉인 시루봉이다.

보문산성은 발굴조사를 토대로 1992년 복원 정비가 말끔하게 이뤄졌다. 대전시가 기념물 제10호로 지정, 말끔히 복원해 시민휴식공간으로 개방한 것이다. 이 덕분에 등산로가 잘 정비돼 누구나 보다 쉽게 답사가 가능한 산성이다. 그 가운데 보문산 케이블카 광장에서 전망대 '보운대'를 거쳐 가는 등산로가 가장 인기 있다. 산행 시간은 채 두 시간을 넘지 않는다. 한밭도서관에서 청년광장, 약수터를 지나 올라가는 등산로도 자주 택해진다. 등산로 전 구간은 대전시가 지난 2010년도 개설한 '보문산 행복숲길'과 이어진다. 행복숲길은 대사동에서 무수동까지 12개 마을을 잇는 숲길이다. 14.43km 임도와 산복도로 8.25km를 이어 만들었다. 총 길이 22.68km에 이른다. 순환형 길이어서 제자리에 반드시 되돌아온다. 길 가에는 메타세콰이어숲이 장관을 연출한다. 최근에는 가로등 불빛을 밝혀 야간에도 걸어볼 수 있다. 대전시가지 야경은 보문산성과 시루봉 뿐만 아니라 등산 도중에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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