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경주보훈지청 복지과 김익재

삼국지연의로 유명한 중국의 삼국시대. 그 영웅들의 시대에 그들 못지않은 공을 세웠음에도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영웅이 있다.

바로 유복이다. 조조 휘하의 정치가인 유복은 필마(匹馬)로 양주에 부임했다고 한다. 조조는 유복을 양주지방의 책임자로 부임시키긴 했으나 빈 몸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로 보낸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조조는 최대의 라이벌 원소와 명운을 건 전쟁 중이었고 따라서 멀리 떨어진 양주까지 세력을 분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직함만 그럴듯한 양주자사가 되어 황무지나 다를 바 없는 곳에 빈털터리로 부임한 유복. 거기서 그는 기적을 이뤄낸다. 그 지역에서 패권을 장악했던 뇌서, 진란 등의 무리를 진압이 아닌 설득을 통해 투항시켜 백성의 불안을 없앴고, 학교를 지어 백성을 가르쳤으며, 관개사업과 둔전을 통해 백성들이 굶지 않게 만들었다. 이에 귀순한 유민이 수 만 명이었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합비에 성벽이 높고 두꺼운 성을 쌓아 전쟁에 대비하니 동오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유복과 합비의 주민들은 일치단결하여 방어해냈고 동오는 유복의 사후까지 합비를 넘어 위의 영토로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이런 유복의 정치는 국가에 대한 충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건 일반 목민관들도 다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는 국가와 일에 대한 충성에 백성에 대한 충성이 합쳐진 결과물로 봐야한다. 다스릴 자들에게 충성해서 오히려 그들의 진심어린 사랑과 충성을 받았던 정치인 유복. 2천 년 전 이미 그런 정치인이 있었단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현충일. 충성을 뚜렷이 드러내는 날이란 의미의 기념일이다. 여기서 충성은 국민이 나라에 대해 바치는 충성이란 의미로 계속 쓰여왔다. 하지만 이젠 현대적인 충성의 의미는 달라져야 한다. 국민이 바치는 것만이 아닌 국민과 나라가 서로 주고받는 충성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가 현충일에 현충원을 참배하고 나라를 지킨 영웅들의 묘 앞에서 묵념하는 것은 왜 인가? 그것은 알아주는 사람은 없더라도 조국이기에, 자신을 낳고 키워준 모국이기에 목숨 바쳐 외적과 싸운 영웅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들과 같이 다른 형태의 전쟁터에서 역할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기 때문 아닌가. 현충일에 참배하는 유공자들에게 유복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 충성하고, 가정에 충성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충성하는 것. 그것은 강요해서 이뤄지지 않는 것이고 등 떠민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한순간에 진심어린 충성을 새겨 넣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이의 마음속에 어렴풋이 내재된 충성의 기운을 점점 밖으로 끌어내 그것을 연결시켜 대한민국을 덮어가는 것은 가능하다.

6월 6일 현충일은 단순한 공휴일이 아니고 영혼 없는 참배를 의무적으로 하는 날도 아니다. 적어도 자신이 사회적 신분이 높길 바라고 자신이 존중받길 바라며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주위에 기억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내재된 충성의 기운을 끌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현충일을 맞이해 유복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봄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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