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경북 고령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김 국 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폭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폭력에 대한 우려와 대책을 준비할 때는 낯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에게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 폐해가 오래 지속되는 폭력은 타인이 아닌 아는 사람 특히 가족에 의해서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가정폭력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이 문제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 사회에서 가정폭력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1960년대 이전까지는 가정폭력을 개인문제로 규정하여 소수 가정에 국한된 특이한 일로 분류하고, 그 원인도 개인의 병리에 의해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가정폭력이 하나의 사회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의 일이며, 최근에는 가정폭력이 사회의 폭력성을 반영하고 자녀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폭력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회문제라는 대중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가정폭력은 동거가족을 포함한 가족구성원간에 발생하는 폭력으로 배우자, 부모자식, 형제 등에서 발생한다. 특히 아내, 아동, 노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어 가정폭력이 단순히 물리적 힘이 있고 없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 권력관계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정폭력은 단순한 신체적 폭력만이 아니라 실체적으로는 측정하기 어려워도 피해자에게 막대한 심리적, 정서적 타격을 입히고 심각한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는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깨트리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회의 안전성에 심각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가정폭력은 범죄가 아니고 집안일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가정폭력은 반복·악화되는 경향이 있어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즉시 경찰(112)에 신고하거나 여성긴급전화(1366) 또는 가까운 가정폭력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하여야 한다. 가정폭력을 경험하면서 자란 자녀는 정신적·신체적으로 심각한 충격과 함께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뤘을 경우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이것이 바로 가정폭력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가정폭력을 당하는 것이 창피하다거나 별 일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피해는 더욱 가중된다. 또 주변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을 알거나 목격하는 경우 즉시 신고를 하여 더 큰 피해를 예방하여야 한다. 이제 너와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가정폭력 척결을 위해 힘을 모으고 용기를 내야 할 때이다. 현재 우리나라 가정 10가구 중 6가구가 가정폭력이 이뤄지는데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가정이다. 이러한 가정에서 안락한 생활을 못 할망정 폭력으로 물들어 가정마저 휴식의 안식처가 돼주지 못한다면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가정폭력도 엄연한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고 더 이상 이런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행복한 가정과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열림 마음으로 범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서로를 믿고 존중한다면 폭력과 폭언으로 인한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상처와 사회의 걱정은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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