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

“친일 행위는 산업화 단계 내지는 민족주의 시대에는 죄악시되며 반민족 행위로 지목되어 비판 규탄의 표적이었다. 그러나 탈산업 사회 또는 세계화의 시대에 와서는 친일 행위가 도리어 애국애족 행위로 인식되고 환영받는 날이 올 것이다.” 십여 년 전 당시 고려대 명예교수 한승조 씨가 일본 극우 잡지인 <정론>지에 기고한 글의 마지막 결론 부분이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본의 한반도 병탄 행위가 국제 정치학적적으로 볼 때 우리 민족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라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우리를 병탄하지 않았더라면 러시아의 지배하에 들어가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에 당한 것보다 몇 곱절 더 큰 불행을 겪었으리라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인종적·문화적인 뿌리가 같았기에 식민 통치 기간을 통해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그는 일본인들이 한국사, 어문학, 한국한 연구의 기초를 닦아주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는 천만 다행이며, 저주할 일이기보다는 도리어 축복이며 일본인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사유는 될지언정 일정 35년 동안의 친일 행위자에 대해 죄인 취급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가 친일 행위자와 일본을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된 점을 반성하지 못하는 우리 민족의 못난 국민성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일본이 우리에게 베푼 시혜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 채 과거사를 왜곡하고 배타적 민족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종군 위안부는 전쟁에는 으레 있는 일시적인 일이며, 이를 문제 삼아 일본에게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사악함과 어리석음’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한다.

한 교수는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은 주장을 하면서, 현재 일고 있는 친일 청산 주장이나 정신대 문제 등 일제와 관련된 모든 현상이 진실을 외면한 것이며, 이는 좌파 기회주의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리하여 마치 일제의 만행이나 친일 반민족 행위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자 내지는 좌파이거나 좌파 기회주의자로 몰아세우고, 세계화 시대에는 더 이상 이를 문제 삼을 것이라 아니라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큰 시혜를 받았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쇄국정책 속에 동족에 대한 중상과 모함, 모략에 정신없던 우리나라는 누구에게 먹히든 먹히게 되어 있었다는 궤변으로 일본의 병탄을 합리화하고 있는 이런 궤변들을 어찌 평가해야 할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일본 보수파들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이런 좌파 교수의 친일 논리는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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