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6천명의 영덕군이 몰락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영덕군 천지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부지 지정을 10년 만에 철회하면서 원전 특별지원금 380억원을 회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년 이자까지 합쳐 총 402억원을 달란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영덕군은 초비상 상황이다. 돈은 이미 계획된 사용처에 썼고 갚을 길이 막막한 영덕군은 폭염보다 더한 체감온도를 체험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한 수’였다. 최근 전력수요만 봐도 그렇다. 지난 주 전력난에 직면하자 정부는 정지 상태였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를 차례로 재가동해 위기를 모면했다.
급할 땐 쓰고, 한가 할 땐 버리는 것이 원전인가.

교수와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상고온으로 국내 전력수급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도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새겨 볼 이유다.

영덕군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변경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영덕군은 지난 2014년 천지원전 건설을 신청하는 조건으로 당시 산업부로부터 원전신청 특별지원금 380억원을 받았다. 이 중 철도용지 매입과 체육센터 건립 등 지역 발전 사업비로 293억원을 사용했다. 지방채 등을 발행해 특별지원금을 미리 당겨 쓴 것이다. 정부 지원금은 사업을 중단하면 반환해야 한다.

큰 일이다. 이 돈을 못 갚으면 영덕군은 모라토리엄(파산) 선언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천지원전 예정지구 토지지주들도 야단이다. 전체 부지 가운데 18.5%가 이미 보상을 받았다. 나머지 81.5%는 보상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보상을 받지 못한 땅주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원전건설 예정지로 지정받았기 때문에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지주들은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 제한에 대한 직접 이해당사자인 편입토지 지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행정은 지주와 거주 주민을 분리·와해하려는 저열한 기만책이라며 흥분했다.

동감하는 대목이다. 내 재산을 10년동안 내 맘대로 팔지 못하게 묶어두고 이제와서 맘대로 하라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가 할 일인가.

결국 영덕천지원전건설 특별지원금 회수저지 범 군민투쟁위원회는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영덕천지원전건설 특별지원금 380억원의 회수 통보를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전 국민 투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다.
지금 영덕군민들은 폭염속 뙤약볕 아래에서 절규하고 있다. 이들의 눈물은 여름내내 마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영덕천지원전건설 특별지원금 회수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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