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신분으로 개발조합 임원 역할 수행 논란

해당 공무원, "억울...집안 어른 돌아가신 뒤 조금씩 모은 땅"
"수사기관 조사받아 '무혐의' … 무고 등 '법적조치' 검토"


포항시 간부 공무원이 지역개발지구의 땅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사들여 되팔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또 이 공무원은 해당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2억원 상당의 ‘다운계약서’를 썼다는 주장이 제기돼 탈세 의혹도 드러났다.

포항시 북구 G개발지구조합 관계자 A씨 등에 따르면 조합과 깊숙한 관계를 가져온 포항시 간부 공무원 B씨는 2013년 7월 B씨의 장모 C씨 명의로 G개발지구에 속한 땅 1323㎡(400여 평)을 사들였고, 이를 2015년 3월 D씨에게 매도했다.

B씨가 장모명의로 사들일 당시 평당 가격은 48만원이며 총 1억92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D씨에게 되팔 때 신고한 매도가격은 2억원이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장모의 땅을 매매할 당시 다운계약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조합관계자 A씨는“실제 매도가격은 평당 97만5000원으로 거래가격은 3억9000만원이었다” 며 “신고가 대비 1억9000만원 상당을 탈세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관계자는 또 “매매대금은 B씨 장모가 아닌, 공무원 B씨가 사실상 취득했다”며 “이 같은 사실은 매매 당시 조합 관계자 1인이 입회하에 진행됐기에 B씨의 다운계약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확실한 증인과 녹취록이 있다”고 폭로했다.

A씨 등은 “B씨가 장모 명의의 땅을 처분한 뒤, G개발지구 땅 수백 여 평을 자신과 아내 명의로 또 다시 사들였고, 이렇게 사들인 땅에 대해 B씨 친필의 증거도 가지고 있다”며 “B씨는 자신의 장모의 땅을 4억원 상당으로 매도하지 않고는 G개발지구 내 수백여 평의 땅을 장만할 재력은 없었다”고 다운계약 의혹을 부연했다.

또 이들은 “공무원이 가까운 미래에 지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개발지구의 땅을 자신과 아내 명의로 사들인 점은 시세차익을 위한 부동산 투기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해당 공무원은 2016년부터 G조합의 사실상 임원으로 활동해오면서 조합회의 출석 때마다 조합규정에 따른 20만원 상당의 회의참석비를 받아왔다. 이같은 사실은 B씨가 조합 ‘이사회 회의록’에 자필로 서명한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사회 회의 참석과 관련해 B씨는 평일에 주로 진행된 조합 회의에 참석해온 것으로 알려져 공무수행과 별개 행위로 ‘공무원 근무지 무단이탈’ 의혹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B씨의 이사회 회의 참석은 B씨의 아내가 G조합의 사외이사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부부 중 한 명이 이사일 경우 다른 한 명이 이사 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다’는 G조합의 정관에 따라 B씨가 아내를 대신해 이사회 회의에 참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G조합의 이사회 이사록 등 내부 문건을 확인한 결과, 2020년 B씨의 아내는 G조합 이사로 등록됐고, 공무원 B씨는 그 이전부터 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온 것으로 확인돼 사외 이사는 공무원 B씨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무원 복무 징계와 관련된 예규에 따르면 (재건축)조합 이사는 제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므로 공무원이 그 직을 맡기 위해서는 소속 기관장의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무원 B씨의 경우에도 G개발조합의 사실상 이사로 비공식적으로 활동해 온 사실이 확인된 만큼 B씨의 활동이 포항시장의 허가에 따라 이뤄진 적법한 행위인지 여부에 대해 포항시가 감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 B씨는 최근 본인 명의의 G개발지구내 환지 받은 수백여 평을 부동산중개인에게 평당 2000만원에 팔아달라는 ‘부동산 전매’ 의혹도 불거졌지만, 관련 부동산 중개업자 K씨에게 알아본 결과 B씨의 부동산 전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무원 B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씨는 “최근 부동산 투기와 다운계약서 관련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으며, 전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G개발지구조합 이사회 회의는 평일 출장 또는 연차를 사용해 참석했으며, 돈을 받은 기억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어 “집안 어른이 과거 땅이 좀 있었고, 어른이 돌아가신 뒤 재산(부동산) 관리차원에서 다른 부동산을 조금씩 사둔 것”이라며 “G개발지구 조합관계자의 말을 듣고 매입한 땅도 있으며, 투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공무원 B씨는 “형사조사까지 받은 사실과 관련해 상대방의 무고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본인과 관련된 각종 소문에 대해 억울하다”고 밝혔다.

B씨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24일 한 조합관계자로부터 포항세무서에 고발 조치된 상태이며 포항세무서는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 중이다.

한편 G개발지구조합 한 관계자는 공무원 B씨에게 불거진 이번 의혹에 대해 “조합 임원이 최근 직무정지가처분에 따른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인데 대해 앙심을 품고 공무원 B씨에 대해서도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주도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조합 내부사정을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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