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예상을 초월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린란드와 남극의 해빙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지배적인 견해는 2100년까지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이 최대 1m 정도였으나, 최근 새로운 견해에 의하면 우리가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지 못하면 해수면 상승이 그 두 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지구의 기온도 섭씨 5도 이상 오를 수 있으므로 여름 지내기가 더욱 힘들어지겠지만, 기단의 변화도 더욱 활발해져서 게릴라성 폭우, 홍수, 해일 등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근래 미국 루이지애나와 뉴욕이 허리케인으로 사상 최대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데 이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보며 앞으로는 이러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사람들은 2100년을 아주 먼 미래로 생각하지만, 우리의 과거 20~30년이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70~80년도 빠르게 흘러버리고 곧 닥칠 미래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는 백년대계의 청사진이 필요함이 당연하며, 이에 대한 대비가 끊임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를 지닌 해안이나 큰 강 하구에 위치한 도시들이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 해수면에 가까운 고도를 지닌 삼각주에 위치한 곡창지대나 주거지역이 수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해수면보다 국토가 낮지만 제방을 쌓아 바닷물을 막아내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처럼 국가적 토목공사로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에 해수면 1m 미만 상승시에는 자본과 노동력을 집약할 수 있는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큰 문제 없이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그렇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의 피해가 크게 예상될 수 있다. 물론 2m 이상 상승 시에는 선진국들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당연하며, 이때는 폭풍과 해일이 더욱 거세지고 해안지역이 씻겨나갈 수 있기에 제방을 몇 미터 높이로 몇 번이나 고쳐서 쌓아야 할지 모르겠다.

목포, 창원 등 서남해안의 해발고도 낮은 지역에서는 만조가 극대화되면 해수가 하수도로 역류해 도심 저지대의 도로나 주거지가 침수되는 재난을 매년 겪고 있고, 이때 태풍이나 호우가 겹치면 더 큰 재난이 되고 있는데 해수면이 상승한다면 더욱 큰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이들 지역만이 아니라 낙동강 하류 저지대에 위치한 해안도시들과 김해국제공항 등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를 해결할 능력과 자본이 있고 토목공사 강국이므로 이러한 문제들을 잘 예측·준비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좀 더 선제적으로 수도권 영종도 앞바다 등지에 방재용 제방을 구축할 겸 서해안 일부에 제주도 보다 더 넓은 대규모 간척지를 개발하자는 주장을 하는 분들도 없지 않다.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해안침식으로 백사장과 사구가 사라지고, 해안도로가 파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다양한 방지시설이 필요하다. 현재 다양한 크기의 테트라포드 내지 옹벽 블럭을 이용하여 큰 파도와 침식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해안침식이 심해지는 것도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방파제 등 해안구조물이 건설됨으로 인해 조류의 흐름이 바뀌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만큼 미리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구조물들이 세워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의 일부지역이 해수면 상승 및 태풍의 영향도 있지만 지반침하로 인해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하수 과다 이용 등으로 인한 지반침하이다.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지반침하로 인한 해수유입으로 도시가 유실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침몰하는 도시 중 하나이다. 여러 개의 강이 교차하는 늪지대 해안에 위치한 자카르타, 특히 북부 해안지역의 경우 연평균 7.5㎝∼13㎝씩 가라앉는 상황인데, 심한 곳은 연간 18㎝나 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면 오는 2030년에는 북부 자카르타의 90%인 12,500㏊가 해수면 아래로 내려간다. 물론 이는 지하수 고갈 때문만은 아니고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해일 등의 영향이 겹쳤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러한 지반침하는 일본 도쿄에서도 문제가 된다. 이곳 시가지에서는 지반침하 및 액상화 현상으로 인한 지반함몰이 크게 예상된다고 한다. 도쿄만은 바다를 매립하여 형성된 곳으로 연안의 지나친 매립과 밀집된 빌딩과 주택들로 인한 과중한 하중 및 지나친 지하수 사용으로 지금도 우기에는 일부 지역이 침하되고 건물이 기우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 도쿄의 지반은 매우 약해져 있고 지하수가 고갈되어 있는데, 이는 화산폭발로 이어질 수 있고, 화산이 폭발하면 막대한 수증기와 화산재가 날아가 동경지역에 지반대함몰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때 바닷물이 들어닥칠 것은 당연하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침하는 주로 시공·굴착하는 건설행위로 인해 지반이 이완되어 발생한다. 지하수 저하로 인해 지반침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지하수위 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수를 과다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연적인 지하수 소실 내지 굴착으로 인해 나타난다. 또한 최근 발생하는 지반침하 원인 중 하나인 매설관의 파손으로, 주로 상하수도관이 노후된 도심지에서 발생한다. 북미나 유럽의 경우에도 도심지 지반침하가 문제가 되는데, 이로 인해 지하매설물이 2차적으로 파손되어 가스관 폭발 등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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