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4천여 명 신생아 버려져
현재 1개월 내 신고, 위반해도
최대 5만원 과태료 처분 고작
유명무실한 제도 보완책 절실



죽고 난 뒤 출생 사실이 알려진 그림자 아동들을 위한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2월 10일, 설 하루 전인 이날 구미시 상모사곡동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3세 여아 사망 사건이 전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캄캄한 빌라에 방치돼 사망 전에는 출생한 사실조차 몰라 사망 후 존재감이 알려줘 그림자 아이란 말도 나왔다.

친모인 석 모 씨는 출생 사실을 극구 부인하며 항소했지만, 법원은 최근 아이 바꿔치기로 3세 여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석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당시 3세 여아가 빌라에 버려 진체 숨진 것은 현재 시행중인 출생신고제가 유명무실해 벌어진 문제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현행법상 출생신고제는 1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하지만 위반시도 최대 5만 원의 과태료가 고작이다.

이처럼 허술한 현행 출생신고제로 우리나라에는 한 해 4천여명의 신생아가 이름 없이 버려진다는 통계도 나왔다.

지난해 ‘법원행정처 가족 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출생신고 미이행에 따른 과태료 고지 건수 9578건 중 납입 건수는 5666건으로 이를 토대로 아직 과태료를 내지 않은 3912명의 아동이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출생 미신고로 아동의 유기·방치 사건이 잇따르자 아동기관과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출생통보제’를 도입 주장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을 비롯한 제삼자에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태어난 아동의 출생 사실을 즉시 공적으로 등록하기 위해 실시한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만약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 2순위로 동거하는 친족, 3순위로 의사 또는 조산사가 할 수 있도록 규정해놨다.

지자체장이나 검사도 출생신고를 대신할 수 있지만 실제 이뤄진 경우는 드물다. 혼인 외 자녀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사실상 친모만 출생신고가 가능했다.

미혼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사랑이 법’이 2015년 신설됐지만 생모의 소재를 알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친부 혼자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유기된 채 부모를 찾을 수 없는 아동을 출생 등록하는 일은 더욱 까다로워 최소한의 법적 보호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태어나도 ‘존재 없는 아이들의 느긋한 출생통보제’로 구미 3세 여야도 출생 후 법적 등록도 못 한 체 빌라에서 방치돼 소중한 생명을 잃어 강력한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구미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는 “제2의 3세 여야 사망 사건을 막으려면 출생신고제가 아닌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하다”며 “출생통보제는 출생신고제와 달리 의료기관의 장이 아동의 출생 후 14일 이내에 아기의 엄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아기의 성별, 수, 출생연월일이 등을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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