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그룹 지멘스의 국내 자회사인 지멘스㈜가 의료기기 유지·보수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비용을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떠넘긴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 지멘스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 공정거래법상 이익 제공 강요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8천만원(잠정)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한국 지멘스는 2015년까지 국내 의료기기 사업을 맡아 병원에 MRI(자기공명영상장치), CT(컴퓨터단층촬영), 엑스레이 기기 등을 판매했다.

한국 지멘스는 병원으로부터 유지·보수 대금을 받고 기기가 고장 났을 때 직접 또는 대리점을 통해 수리해줬는데, 기기를 수리하려면 내장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대가를 독일 본사에 지불해야 했다.

한국 지멘스는 2010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소프트웨어 비용을 계약상 근거나 사전 협의 없이 MRI, CT, X-Ray 기기의 유지·보수 위탁 계약을 맺은 7개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지멘스가 대리점으로부터 받은 비용은 독일 본사가 청구한 비용의 평균 1.5배(147.8%)였다. 자신이 부담해야 할 소프트웨어 비용을 대리점에 전가한 것이다.

이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에서 규정한 거래상 지위의 남용 행위(이익제공강요)에 해당한다.

지멘스의 국내 의료기기 사업은 2015년 10월 지멘스헬스케어㈜로 이관됐다가 2018년 1월 지멘스헬시니어스㈜로 다시 이관됐다.

공정위는 "공급업자가 각종 비용을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행위를 적발해 시정했다"며 "대형 공급업체들이 원가 인상을 핑계로 각종 비용을 대리점에 전가하는 행위는 소비자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위는 대리점에 대한 이익제공강요 등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법행위를 적발하면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라며 "표준계약서 보급, 공정거래협약 제도 운용 및 대리점 동행기업 선정 등을 통해 공급업자-대리점간 거래 관행이 자율적으로 개선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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