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조업·정비 기술력과 역량 복구 현장에 결집...올해 연말까지 복구 완료

▲ 포스코포항제철소 2고로 출선 / 포스코 제공

   

   
▲ 2열연공장 복구작업 모습 / 포스코 제공

   
▲ 1열연공장 제품 생산 모습 /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지난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창사 이후 49년 만에 쇳물 생산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처했지만 불굴의 정신과 50년 기술력’이 복구의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태풍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아 당시의 피해 상황과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제철소 가동 이후 첫 냉천이 범람하는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으로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제품 생산 라인의 지하 Culvert(길이 40km, 지하 8~15m)가 완전 침수되고 지상 1~1.5m까지 물에 잠기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포항제철소 54년 역사상 유례 없는 특단의 방재 조치를 실시하고 50년의 조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포항과 광양의 모든 명장과 전문 엔지니어들이 설비복구에 앞장서며 세계 최고 수준의 조업,정비 기술력과 역량이 복구 현장에 결집했다.

그 결과 포스코는 총 18개 압연공장 중 올해 15개를 복구할 예정으로, 현재 1열연, 1냉연 등 7개 공장이 정상가동 중이며 연내 기존 포항제철소에서 공급하던 제품을 모두 정상적으로 재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태풍 힌남노 대응 사전대비

포스코는 매뉴얼에 맞춰 힌남노 상륙 1주일 전부터 자연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태풍이 역대급 위력이라는 예보에 따라 하역 선박 피항, 시설물 결속, 침수 위험 지역 모래주머니·방수벽 설치, 배수로 정비 등 사전 대비 태세를 더욱 강화했다.

이와 함께 공장 침수시 화재와 폭발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포항제철소 54년 역사상 유례 없는 특단의 방재 조치를 실시했다.

포스코는 가동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 덕분에 압연지역 완전 침수에도 불구하고 제철소 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나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후 복구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포스코는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 3기를 동시에 휴풍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50년의 조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쇳물이 굳는 냉입(冷入) 발생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고로를 4일만에 재가동시킬 수 있었다. 이는 세계 철강산업 역사상 보기 드문 사례로, 이후 포스코는 냉천 범람에 직격탄을 맞아 피해가 심했던 압연공정 복구에 집중함으로써 제철소 전체의 빠른 정상화가 가능하게 됐다.

또한 설비 가동을 정지한 조치로 각 설비에 설치된 모터, 변압기, 차단기 케이블 등 수만 대 전력기기가 합선·누전으로 인해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았다.

-피해 복구 현황

포스코그룹 경영진은 포항제철소 단독 생산 제품 및 시장 수급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압연공장 복구계획을 수립했으며, 수해 직후부터 매일 ‘태풍재해복구TF’ 및 ‘피해복구 전사 종합대응 상황반’을 운영해 현장 복구, 제품 수급 등과 관련된 이슈를 면밀히 점검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려 계획대로 복구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은 글로벌 철강업계의 협력을 이끌어내 포항제철소 핵심 공장인 2열연공장 복구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1350만톤의 제품 중 500만톤이 통과하는 공장으로, 자동차용 고탄소강, 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 스테인리스 고급강 등 주요 제품들이 꼭 거쳐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공장이다.

냉천 범람으로 피해가 컸던 2열연공장은 압연기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인 모터 드라이브 총 15대 중 11대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사는 단기간내 공급이 여의치 않았고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도 있었다. 이에 최정우 회장은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으로 함께 활동 중이었던 인도 JSW社 사쟌 진달(Sajjan Jindal) 회장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며, 사쟌 회장이 JSW 열연공장용으로 제작 중인 설비를 포스코에 내주기로 결정하면서 2열연공장 복구를 크게 앞당겨 연내 가동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복구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국내 고객사 피해 최소화 및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나서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제품을 구매하는 473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수급 이상 유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수급 문제 발생 우려가 있는 81개 고객사에 대해 광양제철소 전환생산, PT.KP·포스코장가항포항불수강(PZSS) 등 해외 사업장 활용, 타 철강사 협업 공급 등 일대일 맞춤형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수급불안을 해소했다.

특히 포스코는 1선재공장 압연 라인내 추가 가이드롤을 제작·설치하는 긴급 설비 개조를 통해 생산 제품의 최대 직경을 7mm에서 13mm로 확대하여 자동차용 볼트·너트 등에 사용되는 CHQ 선재를 생산하는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솔루션을 찾아 비상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포스코는 원료·설비·자재 공급사에 대한 지원책도 적극 시행중이다. 9월말부터 404개사를 대상으로 피해 현황 및 애로사항을 전수 조사한 후 37개사의 애로사항 및 유형별 지원 방안을 도출하고 신속히 조치하는 한편, 상시적으로 제철소 복구 일정 및 구매 계획을 공급사와 공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스크랩 등 수입산·국산 복수 계약 품목에 대해서는 국내 공급사 물량을 우선 구매하고, 광양제철소 증산으로 추가 자재 소요 발생시 포항제철소 공급사에 우선 발주하고 있다. 또 스테인리스 스크랩 및 페로몰리는 중국向 수출을 주선하는 등 신규 판로 개척을 지원 중이다. 특히 납품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스테인리스 스크랩 공급사들에 대해서는 스테인리스 2·3제강공장 가동 재개 전임에도 불구하고 선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는 금리가 시중 대비 1~2%p 저렴한 ‘철강ESG상생펀드’ 및 ‘상생협력 특별펀드’ 1707억원을 재원으로 수해 피해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7개사에 대해 총 275억의 자금 대출이 완료됐다. 포스코는 거래금액별 한도 조건을 폐지했으며 수해 피해기업이 펀드 신청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향후에도 포스코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빠르게 보다 안전하게’ 전 임직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치단결하여 빈틈없이 복구를 진행해 초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더 단단한 조직과 더 강건한 제철소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이번 수해 피해 상황과 복구 과정을 면밀히 기록, 분석하고 기후이상 현상에 대응한 최고 수준의 재난 대비 체계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은 EIC기술부 손병락 상무보(포스코명장·사진)와 일문일답

-태풍 피해 당시 2열연공장 상황에 대해

지난 9월 6일 아침, 무릎까지 빠지는 물위에서 발을 구르며 눈물을 흘리는 직원을 보자마자 전기장이의 노파심에 전원을 확실히 차단했는지 후배 파트장에게 다시 물어봤다. 침수 당시 전원이 살아 있었으면 설비를 살릴 희망이 없었다. 전원을 사전에 확실히 차단했다는 후배 파트장의 답을 들으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경영진이 어떻게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전원 차단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했을까? 나라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를 되뇌이며 머리 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이런 특단의 조치는 다시 생각해도 이해 할 수 없을만큼 경이롭다.
우리 회사에서 중요하지 않은 설비가 없지만, 내가 전기장이라서일까 2열연공장이 정지되면 전기강판은 어디서 생산할지, 스테인리스는 어디서 생산할지, 그럼 우리나라 후방 산업에 어떻게 될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래서 무조건 2열연은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통신망조차 단절된 상황에서 어렵게 평소 알고지내던 국내외 설비 제작사의 인맥을 총 동원해 문의해보니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압연기용 메인 모터를 수리하는 것으로 결정지었을 때, 어떤 생각이었나
최대 170톤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를 수리하는 것은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전한 실패를 용인해주는 경영진과 우리의 현장 문화가 있어 두렵지 않았고, 내가 방향을 잡으면 지옥이든 천당이든 믿고 함께 걸어줄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도 있었다.

-압연기용 메인 모터 수리 과정에 대해

압연기용 메인 모터는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분리해서 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현재 위치에서 이 거대한 설비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했다. 국내외 수많은 설비전문가와 압연기용 메인 모터 제작사조차 수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수리해서 성능을 복원하는 일은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장 전원을 사전에 차단했기에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압연기용 메인 모터 성능 복원 작업은 1열연을 시작으로 3후판·2후판·강편공장을 완료하고 지금 2열연공장에 와있다. 총 47대중 33대를 분해·세척·조립해 복구하는데 성공했으며 나머지 모터 복구작업도 공장 재가동 일정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피해 복구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물론 수많은 밤을 잠몰 이루고 뒤척이기도 하고 복원 상태 확인을 위하여 밤중에도 새벽에도 출근하는 수고로움도 있다. 어떤 것들은 생각대로 복원 되지 않아 고민하고 다시 작업하고 방법을 바꾸고 또 작업하며 오늘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기대 해도 좋다. 내가 아니 우리가 반드시 해 낼 것이라고 그래서 올해 안에 이 거대한 설비는 다시 용트림을 하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 낼 것이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이번 복구작업을 통해 우리가 설비 제작사보다 수리하는 기술역량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했으니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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