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민(좌) 교수와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최 교수는 한국군사회복지학회장을 맡고 있다.

   
▲ 위덕대학교 캠퍼스에 선 최용민 교수

지방대학이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 출산율이 0.80까지 떨어져 세계 최저를 달리고 있다. 이에 학생수는 연년이 감소하고 있다. 학생들의 대학 선호도는 수도권 대학 쏠림 풍토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지방대학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은 상당히 미흡한 현실이다. 이러다가는 지방대학이 고사를 면치 못해 지역 인재 육성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지역 인재가 줄어들면 지방의 산업, 경제 부분은 물론 인문, 사회 등 전반이 가라앉게 되고, 수도권 집중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면, 국가의 균형발전이 크게 왜곡돼 국가적인 퇴행을 불러오게 된다.
이에 위덕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최용민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교육이 맞닥뜨린 문제를 진단하고, 고사해 가는 지방대학을 살릴 혁신적인 방안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최용민 교수는 올해 지방대학살리기교수연합 대표를 맡았다. 그는 이미 수 년 째 ‘지방대학 살리기’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지방대학 살리기에 대한 방안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방대학 지원 △지방대학 스스로 체질 개선 △학생들 스스로 학업 성취도 향상 등 철학적이고 다각적인 진단을 내놨다.

그가 밝힌 지방대학의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전국 대학교의 학생수 결손이 2023년 9만 6000명, 2024년 12만 3000명으로 예상된다. 정원 2000명 규모의 대학교 61.5개가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생들이 수도권에 몰릴 경우, 지방대학은 고사를 면치 못하게 된다. 그는 수도권 집중에 따른 교육불균형에 대해 국민 기본권인 평등권 중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국토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4%, 반도체 기업의 67%가 집중돼 있어서는 지방대 출신의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서울대학교의 학부를 수도권에서 철수해 지방으로 분산하고, 서울대는 대학원 중심으로만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또 평생교육체제를 갖춰 지방대학이 성인교육을 담당하도록 하고, 복수학위, 원격수업(온라인 캠퍼스)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학의 재정확충과 관련, “하버드 대학의 재정이 서울대학교의 8배에 이르고 있다”라고 소개하면서 “지방대학의 경우 학생수 감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해 고사직전임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따라서 교육부가 규제보다 대학교의 자율성 보장 및 정책적 지원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방대학들도 이에 발맞춰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를 과감히 조정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체질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래지향적 학과로 AI학과, 뇌과학기반학과, 사물인터넷, 드론학과 등과 더불어 경북도와 포항시가 포스텍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학과 등을 꼽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지방정부와 스텐포드, 버클리 등 대학과 산업계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혁신 생태계 구축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구감소를 되돌릴 방안으로는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프랑스형을 모델을 참고해 출산, 보육 등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우리 실정에 맞는 획기적인 지원 정책 마련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의 개혁과 변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학교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은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열정이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국가 수준을 최고도로 높여 온 원동력이다. 이제 한국형 교육모델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휴머니즘에 기초한 융·복합적 인간의 양성이 요구된다. 지금의 비창의적인 입시위주의 교육은 이제는 변해야 한다. 혁명적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세상을 평등한 가치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인적 교육이 필요하다. ‘나’ 중심에서 벗어나 ‘우리’라는 공유 가치를 키워나가는 인성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는 지론을 펼쳤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기 혁신을 이룩할 것도 주저 없이 요구하면서 미국의 시카고대학이 세계 일류가 된 과정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미국의 대부호 록펠러가 시카고대학을 1892년에 설립했다. 그 후 1929년까지 40 여 년 간 시카고대학은 미국에서 그저 평범한 삼류대학에 불과했다. 시카고대학을 일약 세계적 대학의 반열에 올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929년 시카고대학의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법학도 출신의 로버트 허친스 총장은 회심의 작품인 ‘시카고 플랜’을 시행했다. ‘시카고 플랜’은 ‘철학을 비롯한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는 학생은 졸업시키지 않는다’라는 고전·철학 독서교육 프로그램이다. 허친스는 교양교육이 선택 영역이 아닌 민주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대학 내의 심한 반발이 있었으나 그는 끝까지 목표를 관철했다. 시카고 대학생들은 ‘시카고 플랜’이 발표되자 졸업 때까지 100권의 고전·철학을 읽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시카고 대학생들의 두뇌에는 혁명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엄청났다. ‘시카고 플랜’이 시작된 1929년부터 2000년도까지 졸업생들이 받은 노벨상만도 73개에 달했다는 내용이다.

포항고를 졸업한 최용민 교수는 서울대학교 보건학 석사, 동국대 서울캠퍼스 행정학박사,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9년 위덕대학교 대학원 교수로 귀향해 사회복지대학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밖에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분과실행위원,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포항지부, 초대), 포항고등학교 총동창회 부회장, 한국보건복지융합학회 회장(3대)을 역임했고, 경북도장애인권익협회 고문, 대경일보 고문, 한국군사회복지학회장(7대), 올해부터 지방대학살리기 교수연합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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