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규 사회2부 부국장

‘교토삼굴’(狡兎三窟)은 사기(史記) '맹상군 열전'(孟嘗君列傳)에서 유래한 말로써 ‘위난’(危難)을 막기 위해 구멍 3개를 만든다’는 말이다. 안전을 위해 미리 몇 개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교토유삼굴근득토기사이’(狡兎有三窟僅得兎其死耳)의 문장을 줄여서 ‘교토삼굴’(狡兎三窟) ‘토영삼굴’(兎營三窟)이라고도 한다. 즉, 사람이 난관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교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음을 비유한 말입니다.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토끼는 12지지(地支) 가운데 4번째로 번식력이 강해 생후 10개월이면 번식이 가능하다. 임신기간은 10개월이며, 집토끼는 한 배에 5~6마리, 산토끼는 3~4마리를 다산(多産)하는 동물로 요즘 같은 고령화 저 출산 사회에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새해에는 국내외 정세가 거칠게 소용돌이 치며 우리에게 선택과 적응을 강요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정치적 혼돈마저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희망을 얘기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올해 더욱 더 날카롭게 대립할 것이다. 3개의 굴을 미리 파는 토끼의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편 상주시에서는 지난 연말 기재부에서 중부내륙철도(문경~상주~김천) 건설사업이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최종 통과 함에 따라 지역민들이 6년간 염원해 온 오랜 숙원사업의 결실을 이뤘다.

더불어 상주시는 인구 10만을 회복하고 미래 상주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코자 도심 군부대 통합이전을 추진하는 대구시 계획에 발맞춰 4개의 국군부대와 3개의 미군부대의 일괄 이전 및 민군상생복합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상주시민의 뜻과 열망을 한곳에 모아 대 시민 유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3일 민간기구로 문화회관에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 군사시설 이전유치 상주시 범시민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했다.

계묘년 흑토끼의 해는 온 국민과 상주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토끼 굴을 파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힘의 대결이 아닌 교토삼굴의 지혜로 굴을 파는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한 해가 되길 염원해 본다

한편, 중국상하오천년사에 따르면 맹상군(孟嘗君)의 이름은 전문(田文)으로, 제나라의 귀족이다. 그는 신릉군(信陵君), 평원군(平原君), 춘신군(春申君)과 함께 ‘전국 사공자(戰國四公子)’라고 불렸다. 사공자는 재능 있는 현사들을 좋아해서,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귀천을 가리지 않고 재워주고 먹여주었는데, 그런 사람들을 ‘식객(食客)’이라고 했다. 그들은 각기 수천 명의 식객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맹상군의 식객이 가장 많았다.

제나라에 풍훤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집이 매우 가난했다. 그래서 맹상군에게 사람을 보내어 식객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청했다. 맹상군은 두 말 없이 그를 받아들였지만, 다른 식객들은 아무 재주도 없는 사람이라고 얕보며 잡곡밥에 푸성귀만 주면서 음식 대접을 소홀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풍훤은 대청 기둥에 기대어 앉아 검을 박자에 맞춰 두드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장검아, 장검아, 이제는 돌아가자. 물고기도 먹을 수 없으니 돌아가지 않고 뭐하겠느냐.”

그것을 본 맹상군은 아랫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에게도 물고기를 대접하게. 다른 식객들처럼 잘 대접해 주게.”

그러던 어느 날, 맹상군은 풍훤에게 설읍(薛邑)에 가서 빚을 받아오라고 했다. 떠날 때 풍훤이 물었다. “빚을 다 받으면 무엇을 사올까요?”
“우리 집에 부족한 것을 사오게.”

설읍에 도착한 풍훤은 빚을 진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서 채무를 하나하나 대조해 보게 했다. 그러고는 맹상군이 빚을 탕감해 주기로 했다며 선포하고는, 빚 문서들을 사람들이 보는 데서 불태워버렸다.

백성들이 맹상군에게 감사해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튿날 풍훤은 도성으로 돌아왔다. 맹상군은 빨리 돌아온 것을 보고 매우 놀라워하며 이렇게 물었다. “빚은 다 받아왔는가?”

“예, 다 받았습니다.”
“그럼 무엇을 사왔는가?”
“분부대로 공자님의 댁에 없는 것을 사왔습니다. 소인이 보건대 공자님의 댁에는 다른 것은 다 있는데 오직 ‘의(義)’가 부족한 것 같아서 ‘의’를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맹상군이 어리둥절해하자 풍훤이 말을 보탰다. “소인은 공자님의 허락도 없이 사사로이 공자님의 결정이라고 꾸며, 그들의 빚을 모두 탕감해 주었습니다.이렇게 소인은 공자님에게 ‘의’를 사왔습니다.”
맹상군은 속으로는 몹시 언짢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1년 후에 제나라 민왕(泯王)이 맹상군의 직위를 파면시키자, 그는 어쩔 수 없이 봉읍지인 설읍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설읍의 백성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100리 밖까지 나와서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광경을 본 맹상군은 크게 감동했으며 풍훤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에야 비로소 자네가 사왔다는 ‘의’를 이 눈으로 보게 되었네.”

그러자 풍훤은 "꾀 있는 토끼들은 굴을 세 개 파 놓는다고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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