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교습소서 반자동 권총 무차별 난사
2차 범행 시도 실패 후 스스로 목숨 끊어
사상자는 모두 중국계…한인들 피해 없어
범인, 장소 옮겨 추가 범행하려 했지만
용감한 시민이 총기 빼앗아 참극 막아
경찰 "증오범죄 여부 판단 여부 아직 일러”

한인사회 ,피해 가능성에 종일 불안에 떨어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설 행사 경계 강화
바이든, 모든 공공건물 애도의 조기 게양 지시

루이지애나에서도 개학파티 중 총격…12명 부상
경찰 "특정인 겨냥... 무작위로 가해진 건 아냐"

미국 경찰이 공개한 LA 총기난사 용의자. AP 연합
미국 경찰이 공개한 LA 총기난사 용의자. AP 연합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근교 댄스 교습소에서 총기난사를 벌인 용의자가 옆동네에서 또다른 범행을 시도했으나 현장에 있던 시민이 총기를 빼앗으며 제지해 추가 참사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음력설' 전날인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소도시 몬터레이 파크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의 중국 출신의 이민자인 의 단독 범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LA 카운티 보안관실은 22일 몬터레이 파크 시청 앞에서 사건 브리핑을 하고 총격 사건 용의자가 중국 출신 이민자인 72세 남성 휴 캔 트랜(Huu Can Tran)이라고 발표했다.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21일 오후 10시 20분께 몬터레이 파크의 댄스 교습소 '스타 댄스 스튜디오'(현지 중국식 상호명 '舞星')에서 72세 중국계 남성 휴 캔 트랜이 무차별 총격을 벌여 남성 5명과 여성 5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부상자는 모두 10명으로 이 중 7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1명은 중태여서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며 대부분 연령을 50∼60대로 추정했다. '스타 댄스'는 중국계를 비롯해 나이가 든 현지 주민이 사교춤을 배우면서 교류하는 장소로 확인됐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중국계이고 현재까지 한인들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은 반자동 권총을 사용해 댄스 교습소에 있던 사람들에게 무자별 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랜은 몬터레이 파크에서 참극을 벌인 후 20분 후 3㎞ 떨어진 인근 도시 알햄브라의 또 다른 댄스 교습소 '라이라이(來來) 볼룸·스튜디오'에서 2차 범행을 시도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 영웅'에게 반자동 권총을 빼앗기자 흰색 밴 차량을 몰고 도주했다.

LA 카운티 보안관(셰리프) 로버트 루나는 브리핑에서 용감한 시민 2명이 용의자의 총기를 빼앗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해당 시민들에 대해 "나는 (이들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범행을 막은 '시민 영웅'은 라이라이 볼룸·스튜디오 창업자 가문의 손자 브랜던 차이(26)로 확인됐다. 

루나 보안관은 2명의 주민이 참사를 막았다고 발표했으나, 차이와 그 가족은 CCTV를 다시 확인해본 결과 총격범 트랜과 싸워 총기를 빼앗은 사람은 차이 혼자였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NYT에 따르면 차이는 토요일 밤 10시35분쯤 댄스홀 사무실에서 반자동 권총을 겨눈 아시아계 남성과 맞닥뜨렸다.

차이는 NYT 인터뷰에서 "그는 나를 쳐다봤고 주변을 둘러봤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눈은 위협적이었다"라며 "심장이 내려앉았고 '내가 죽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v곧바로 트랜에게 달려들어 권총을 움켜잡은 차이는 1분 30초 동안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끝에 권총을 빼앗아 겨누며 "여기서 꺼져"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차이는 트랜과 그의 권총을 처음 본 순간 "돈을 훔치러 온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다. 그의 몸짓, 얼굴 표정, 눈으로부터 그가 다른 사람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루나 보안관은 용의자 트랜이 2차 범행에 쓰려다가 뺏긴 총이 대용량 탄창이 달린 반자동 공격용 권총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이들은 생명을 구했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트랜이 이날 몬터레이 파크에서 차로 40분 떨어진  도시 토런스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범행 동기를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음력설 직전 중국계 고객이 몰린 댄스교습소에서 발생한 사건이어서 증오범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중국계 커뮤니티의 내부 불화에 따른 총격 사건이라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1차 브리핑에서 이번 총격이 인종적 동기에 따른 것인지 알 수 없고, 증오 범죄 여부를 판단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설명했다. 트랜은 이날 이 댄스 교습소에서 개최하는 음력설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는데, 이에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서도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사상자들 신원에 대해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음력설을 앞두고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때문에 현지 한인사회가 온종일 불안에 떨며 가슴을 졸여야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아시안 타운 가운데 하나이자 한인들도 제법 사는 동네에서 최소 20명 사상자가 나오는 참극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현지 경찰은 이날 사상자 신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아 동포들은 주변 안부를 확인하느라 밤새 가슴을 태웠고 증오범죄 가능성과 한인 사회 피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이번 총격사건은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아시안 커뮤니티에도 큰 충격을 줬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부 뉴욕까지 음력설 축하 행사가 열린 다른 도시에서 경찰이 일제히 순찰 강화에 나섰다.

몬터레이 파크 현지의 아시아계 주민들은 이날 총격 사건 현장 인근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철야 추모 집회를 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이번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 포고문을 통해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로 미국 내 모든 공공 건물의 조기(弔旗) 게양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023년 1월21일 자행된 무분별한 폭력 행위의 희생자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이달 26일 일몰 때까지 조기를 게양할 것을 백악관과 DC의 연방 정부 및 미 본토와 미국령내 모든 공공 건물과 부지, 군 구역과 해군 기지, 해군 군함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기간 모든 미국 대사관 및 공사관, 영사관, 그 외 군 시설 및 해군 기지를 포함한 해외 시설 들에도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음력설 전날 총기 난사 사건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루이지애나 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또 대규모 총격사건이 벌어졌다.

AP 통신·CNN 방송에 따르면 22일 배턴 루지에 위치한 나이트클럽 '디올 바 앤 라운지'(Dior Bar and Lounge)에서는 새벽 1시 30분께 총격 사건이 발생해 12명이 부상했으며 이들 중 1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격 당시 해당 클럽에서는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서던 대학교, A&M 칼리지 등 3개 대학교 소속 학생 다수가 개학 파티를 열리고 있었다.

머피 폴 배턴 루지 경찰서장은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격은 특정인을 겨냥한 범죄였던 것으로 보인다. 초기 수사에 따르면 이는 무작위로 가해진 범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폴 경찰서장은 "특정 표적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상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총에 맞은 사람 중 누가 이번 총격의 표적이었는지, 총격범이 총 몇 명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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